[임광명의 정견만리(正見萬理)] 계묘년 토끼해, 청년이 돌아오는 원년 되길…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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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부산시 각종 정책 추진에도
청년들 ‘탈부산’ 현재진행형
실질적인 효과에 의문 가져
단편적 지원 체계로는 한계
지역 산업의 체질 혁신하는
장기적 관점 토대 마련해야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주민등록부 주민통계를 들여다본다. 지난 10년(2011~2021)간 부산의 청년(20~29세) 인구 추이. 역시나, 익히 짐작하던 걸 수치로 새삼 확인하게 된다. 2011년 12월 말 기준 부산 거주자 350만 9308명 중 청년 거주자는 47만 8099명. 2021년, 전체 거주자 333만 119명에 청년 거주자는 41만 4434명. 그 10년간 부산 인구가 크게 줄었는데, 청년 감소율이 특히 현저하다. 전체 부산 거주자는 5.1% 준 데 그친 반면 청년 거주자는 13.3%나 줄었다. 감소폭이 3배에 가깝다!

서울 것도 본다. 같은 기간 전체 거주자는 1008만 8867명에서 940만 1888명으로 6.8% 줄었고, 청년 거주자는 151만 9741명에서 141만 4854명으로 6.9% 줄었다. 서울에선 청년 인구 감소폭이 전체 인구 감소폭과 별 차이가 없다!


부산시는 오랫동안 청년정책을 펴 왔다. 과거 오거돈 시장 때에는 청년 분야 종합정책이 발표됐고, 박형준 시장 체제로 들어선 이후엔 ‘청년이 머무르고 돌아오는 도시,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청년들을 부산으로 끌어들이려 노력 중이다. ‘청년G대’라는 브랜드를 내세운 청년정책 통합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권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지역 대학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다른 지역의 클라우드·블록체인 업체 유치 비전도 제시했다. 창업 청년을 돕기 위한 부산창업청 설립도 목하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처럼 ‘화려한’ 부산시의 노력이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행안부 주민통계만이 아니라 다른 각종 연구 조사들도 널리 알려 주듯, 청년들의 ‘탈부산’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어긋남은 무엇에 기인하는가. 원인이야 워낙에 복합적일 테고, 부산시 차원의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따지자면, 부산시의 여러 정책들이 청년들의 마음에 닿지 않는 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겠다. 얼마 전 동아대 다우미디어센터가 부산시의 청년정책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조사에 응한 청년들 중 86.1%가 부산시의 청년정책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청년정책에 대한 부산시의 홍보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여러 청년정책이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원하는 바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은 아닐까.

묻고 따지고 할 것 없이 해답은 누구나 알고 있다. 바로 일자리다. 부산에 살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은 부산을 떠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부산지역 고용의 질 평가’에서 부산은 전국 17개 시·도 중 12위였다. ‘대한민국 제2 도시’라는 명색이 부끄럽다. 있는 일자리나마 급여가 형편없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 청년들은 최소 3000만 원 안팎의 연봉을 원하는데 2600만 원 이상의 연봉을 감당할 부산 기업은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나아질까. 역시 암울하다. 지역소득을 짐작할 수 있는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의 경우 지난해 부산은 2965만 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이 4012만 원이다. 부산 전체 GRDP는 99조 원 규모다. 경기도(527조 원)나 서울(472조 원)에 비할 바가 아니다. 부산 경제는 끝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에는 전국을 이끌었던 조선업을 비롯해 일자리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엔 사정이 달라졌다. 나라 경제는 첨단 산업으로 급격히 체질이 바뀌는데 부산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경제 역량은 갈수록 떨어지고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찾기 힘들게 됐다. 기업과 청년을 연결해 주고 집 구할 돈을 지원해 주는 따위 단편적인 정책이 아니라 부산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포괄적이면서도 원대한 계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정권 차원을 넘어서는 과제다. 시장 한 사람 바뀐다고 해서 달라질 정책은 애당초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

박 시장은 늘 ‘다시 태어나도 살고 싶은 부산’을 외친다. 그러면서 ‘시민 행복 15분 도시’ ‘영어 하기 편한 도시’ ‘저탄소 그린도시’ ‘문화관광 매력도시’를 내세운다. “내년은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을 향한 대도약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선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을 누빈다. 말 그대로 동분서주다. 그 노력이 가상함은 물론이다.

다 좋다! 하지만 동시에 “부산에서 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부산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떠난다”는 청년들의 절규도 가슴에 새기길 당부한다. ‘글로벌 허브도시로의 도약’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내년 계묘년 토끼해가 ‘청년이 부산에 돌아오는 원년’이 되길 더 소망한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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