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오륙도 트램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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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미국 샌프란시스코 하면 흔히들 금문교와 함께 트램을 떠올린다. 언덕길을 따라 느릿느릿 오르내리는 트램을 타고 하는 도심 관광이 낭만의 도시를 찾는 이방인들에겐 필수 코스다. 이 트램은 실은 케이블카다. 도로에 레일을 깔고 땅속에 케이블 가닥을 심은 뒤 언덕 위에 설치한 원동기로 케이블을 끌어 전차를 움직이는 방식이다. 마차를 대신해 운송수단으로 시작된 트램은 100여 년의 세월을 버텨 낸 후 이 도시의 명물로 탈바꿈했다. 세계에서도 교통체증이 심하기로 소문난 샌프란시스코에서 속도를 거스르는 트램은 존재 자체가 기적이다.

트램은 1887년 미국에서 시작돼 유럽으로 퍼졌고 증기기관차를 거쳐 전기로 움직이는 노면전차에 이르며 19세기 말에는 세계 곳곳 100개 이상 도시에 생겼다. 우리나라도 1899년 서울에 서대문과 청량리를 오가는 노면전차가 생겨 70여 년간 운행했다. 부산에서도 1909년 처음 도입돼 부산진~온천장 구간에서 운행됐는데 1968년까지 60년을 달렸다. 그러나 자동차가 늘어 도심이 혼잡해지고 버스 등장 후 교통을 방해하는 애물단지로 취급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던 트램이 도시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이동하며 도시를 조망할 수 있는 관광 아이콘으로 부각돼 인기는 더 많아졌다. 프랑스 리옹이 2001년부터 트램과 공유 자전거를 도입해 대중교통 이용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친환경 도시로 거듭난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서울, 대전, 울산, 수원, 전주 등에서 경쟁적으로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는 복잡한 공중 선로 없이 배터리로 달리는 무가선 트램을 개발해 실증 사업에 들어간 단계다.

이 실증 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내 1호 트램으로 출발한 게 오륙도선이다. 남구 대연동 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용호동 오륙도에 이르는 5.15㎞ 노선인데 실증 구간은 이기대어귀삼거리까지 1.9㎞다. 당초 470억 원이던 예산이 906억 원으로 폭증해 수년간 표류했는데 2023년 예산에 처음으로 17억 원이 반영돼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그러나 정부와 시의 사업비 분담 등 사업 본격화까지는 숙제가 많이 남았다. 시는 2016년 ‘북항그랜드마스터플랜’에서 오륙도선으로 시작된 트램이 우암, 감만부두와 북항재개발 부지를 지나 영도 태종대까지 이어지는 그림을 그렸다. 트램을 타고 부산 앞바다를 조망하며 원도심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언제쯤일까.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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