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희생자 158명 사망과정 전수조사”… 특수본 “납득 어렵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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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구속영장 반려
“158명 사망 인과관계 명확히 파악하라”
특수본 “CCTV만으로 구별하기 어려워”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 연합뉴스

검찰이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의 구속영장을 반려하면서 최 서장의 과실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각각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사실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반발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관계자는 29일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내용은 피해자 158명의 최종 생존 시각과 구조된 시간, 구조 후 방치된 시간 등을 특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전날 최 서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보완수사하라며 특수본에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특수본은 희생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최 서장이 신속하게 대응 단계를 올리지 않았고, 참사 당일 이태원 안전근무 책임관으로서 근무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아 인명피해 규모를 키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희생자 158명 전원의 사망 과정을 개별적으로 파악해야 최 서장의 과실이 인명피해 확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규명된다고 봤다.

특수본은 절대 다수 사망자가 부검조차 받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특수본 관계자는 “최 서장의 과실로 구하지 못한 희생자 규모를 확인하는 것은 소위 ‘신의 영역’”이라며 “현장 CCTV 영상만으로는 희생자를 구별하기 어렵고, 지인이나 유족을 통해 희생자의 생존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범죄 혐의 이외에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등 구속이 필요한 다른 이유도 더 보강하라고 요구했다. 특수본은 보강수사를 한 뒤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해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예상치 못한 보완수사 요구에 불구속 수사 이후 송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3주 동안 주요 기관 책임자의 신병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고 그동안 검찰 의견에 따른 보강수사 내용이 수사기록에 들어있다”며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상당 부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이 참사 당일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앙통제단) 문건을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은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오전 10시 소방청 이일(58) 119대응국장과 엄준욱(56) 119종합상황실장을 허위공문서작성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문건이 생산된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이들 이외에 소방청 소속 직원 1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특수본은 소방청이 중앙통제단을 제대로 꾸리지 않고도 사고 직후부터 가동된 것처럼 문건을 허위로 작성했다고 보고 남화영(58) 소방청장 직무대리를 같은 혐의로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수본은 소방청 간부들이 압수수색에 대비해 일부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직원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역을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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