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창원시장·창녕군수 ‘후보 매수’… 자리 약속·담합이 ‘악연’ 불렀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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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장·군수 선거법 위반 기소
당사자들 혐의 적극 부인
내년 1월 첫 재판 결과 ‘관심’

올 4월 7일 경남 창원시청 앞에서 홍남표 예비후보(현 창원시장)를 지지한다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홍남표 캠프 제공 올 4월 7일 경남 창원시청 앞에서 홍남표 예비후보(현 창원시장)를 지지한다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홍남표 캠프 제공

올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경남 창원의 홍남표 시장과 창녕의 김부영 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선거과정에서 경선 후보자를 매수하고, 선거인을 매수한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 이들은 어떤 방법과 과정으로 후보자를 매수하게 됐고 이것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을까.



■원팀에서 원수로…틀어진 정치계산에 결국은

올 4월 7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청 정문 앞. 말끔하게 차려입은 몇몇 정치인들이 모여 주먹을 불끈 쥐고 카메라 앞에 섰다. 지역 청년 정치인 A 씨가 당시 홍남표 국민의힘 창원시장 예비후보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이었다. 창원시장을 목표로 하던 2명이 ‘원팀’을 꾸리고 결의찬 표정을 지었다.

세력을 키운 홍 후보는 당내 치열한 경선에서 2.35%P의 근소한 표차로 공천을 받았다. 결국 그는 창원시장이 됐다. 그러나 파이팅포즈를 취하며 맞들던 주먹은 이제 서로를 겨냥하고 있다. 법정 다툼으로 서로 불편한 사이가 돼 버렸다. 당선이라는 최고의 결과를 얻고도 서로 등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사건의 발단은 올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이후 힘을 받아 당내 창원시장을 노리는 이들이 유독 많았던 시기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상근 근무를 마치고 창원으로 복귀한 A 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같은달 중순 A 씨는 고등학교 선배인 B 씨로부터 불출마를 권유받았다. 고등학교 동문인 홍남표 예비후보에게 힘을 모으자는 취지였다.

이때부터 4월 기자회견까지 홍 후보를 포함해 이들 3명은 작당모의를 이어갔고, 결론은 ‘원팀’이었다. A 씨의 ‘청년표’는 경선에서 먹혔고 결국 최상의 결과를 냈다. 문제는 그 후 불거졌다. 홍 후보와 A 씨 사이에 특정 직책에 대한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즉 A 씨 표를 대가로 시청에 한 자리 내어 준다는 정치계산이 있었다는 것. 지역 정가에서는 ‘부시장·경제특보·청년특보·시설공단이사장’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홍 시장 취임 6개월째인 현재 A 씨는 시청 밖에서 야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내부 갈등이 생기면서 토사구팽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A 씨는 검찰을 찾아 자백성 고소를 했고, 검찰은 홍 시장과 B씨의 자택 등지를 압수수색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3명 모두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의 첫 재판은 지난 22일이었지만 홍 시장 측의 연기 신청으로 내년 1월 19일 열릴 예정이다. 해당 혐의에 대해 A 씨는 시인하는 반면 홍 시장은 적극 부인하고 있다.


올 5월 24일 KBS에서 진행한 창녕군수 후보 TV토론회 화면. KBS토론회 캡처 올 5월 24일 KBS에서 진행한 창녕군수 후보 TV토론회 화면. KBS토론회 캡처

■민주당 공천받고 국민의힘 후보 도우려했나

올 5월 24일 KBS에서 진행한 창녕군수 후보 TV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완 후보가 국민의힘 김부영 후보를 몰아세웠다. 난데없이 “후보를 매수한 녹취록과 증거자료가 있다”며 선거 공작을 주장했다. 정책검증 등 토론회장이 성토장이 돼버린 배경을 찾아 올해 초로 돌아간다.

올 3월께 창녕군수 선거에 국민의힘에서는 한정우·김부영 등 복수의 출마예상자가 거론됐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뚜렷한 후보가 없어 무공천이 예상됐다. 문제는 4월부터 터졌다. 4월 중순 한정우 후보가 컷오프되고 김부영 후보가 최종 결선에 올랐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앞서던 한 후보가 공천에 반발해 결국 무소속 출마 노선을 잡았다.

공천 여파로 결국엔 사달이 났다. 비슷한 시기 김부영 측 사람이 민주당에서 공천받았다고 알려지면서 지역사회 파장이 일었다. 민주당 후보가 나와야 무소속 후보의 표를 분산시킨다는 정치공학이 반영됐다.

올 4월 9일 행정사 C 씨가 대뜸 민주당에 입당하게 된다. 이때까지는 C 씨가 국민의힘에서 활동한 이력을 김태완 후보 등 민주당에서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애초 무공천을 고려하던 민주당에서 C 씨는 입당·공천을 도왔고 결국 같은달 28일 민주당 창녕군수 후보가 됐다. 그러나 5일 뒤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해버린다. 지역에서는 불순한 의도가 들통나 사퇴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 과정에서 김부영 군수가 개입돼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김 군수가 사업가 D 씨와 공모해 C 씨 등 3명에게 1억 원씩 총 3억 원을 줄 것을 약속해 3차례에 걸쳐 1억 3000만 원을 제공해 선거인을 매수한 것으로 봤다. 현재 사건에 연루된 C·D 씨 등 4명이 구속, 김부영 군수는 불구속 기소된 상황이다. 이들의 재판은 내년 1월 11일 열리며, 김부영 군수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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