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화려한 빛 축제의 그림자 ‘조명 쓰레기’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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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광복로·시민공원 빛 축제
일회용 ‘은하수 전구’로 불 밝혀
재활용 안 돼 일반 쓰레기로 소각
한 해 버려지는 전선만 100km
탄소 중립 실천할 대안 마련해야

올해 부산 빛 축제의 ‘은하수 전구’가 대부분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대 빛 축제’ 모습. 부산일보DB 올해 부산 빛 축제의 ‘은하수 전구’가 대부분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대 빛 축제’ 모습. 부산일보DB
올해 부산 빛 축제의 ‘은하수 전구’가 대부분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광복로 겨울빛 트리축제' 모습. 부산일보DB 올해 부산 빛 축제의 ‘은하수 전구’가 대부분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광복로 겨울빛 트리축제' 모습. 부산일보DB

기후 위기가 고조되면서 일회용품 줄이기 등 쓰레기 감축을 위한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강조되지만 정작 일선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연말 ‘빛 축제’의 조명 시설이 일회용인 것으로 드러나 정책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29일 부산의 각 지자체와 조명업체 등에 따르면, 연말 빛 축제에 사용되는 일명 ‘은하수 전구’ 대부분은 일회용이어서 축제가 끝나면 버려진다. 올해 △광복로 겨울빛 트리축제 △해운대 빛 축제 △부산시민공원 희망 드림 빛 축제 등 부산 3대 빛 축제에서 버려지는 전선의 길이는 최소 100km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8일부터 광복로에서 열리고 있는 ‘광복로 겨울빛 트리축제’에서는 1.14km 구간에 총 75km 길이의 은하수 전구가 사용됐다. 해운대구청은 지난달 18일부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빛 축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길이 400m, 폭 30m 되는 전구 설치 면적 중에서 절반에 재활용이 안 되는 은하수 전구를 쓴다고 밝혔다.

부산진구청은 부산시민공원 남1문 입구부터 북문까지 약 600m 거리에서 ‘부산 희망 드림 빛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 28일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기후위기 시계’가 설치된 공간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은하수 전구가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것은 낮은 내구성 때문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은하수 전구는 방수 처리가 쉽지 않은데다 축제 기간 비바람, 해풍에 노출되기 때문에 고장이 잦다. 축제가 끝난 뒤 전구를 보관하는 비용이 새로 구입하는 비용보다 비싼 점도 원인이다.

한 조명업체 관계자는 “전선이 손상되지 않게 보관하려면 넓은 면적이 필요하고, 보관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며 “새로 구입하는 비용이 더 저렴해서 고장이 없어도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버려지는 은하수 전구는 분리 배출하는 형광등, LED 전구와 달리 재활용하기 어렵다. 작은 전구와 전선이 하나로 합쳐진 은하수 전구 특유의 구조 때문이다. 부산환경공단 관계자는 “은하수 전구는 전선과 합쳐진 복합물이고 대부분 전선으로 이뤄져 있다”며 “따로 분류하지 않고 일반 쓰레기로 소각한다”고 처리 방법을 설명했다.

각 지자체와 업체에서는 대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수 기능을 강화해 비교적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으나, 10m당 6만 원 정도여서 기존 은하수 전구 제품보다 최대 10배 정도 비싸다. 축제를 주관하는 지자체는 한정된 예산을 고려할 때 기존 은하수 전구를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으로 교체하는 건 힘들다는 입장이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전구를 바꾸게 되면 같은 예산으로 축제 규모가 10분의 1로 축소된다. 전구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빛 축제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대한 은하수 전구를 덜 사용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구조물 변경이나 레이저 쇼 등 내부 콘텐츠 변화로 시민 호응도 챙기자는 식이다.

부산환경운동 민은주 사무처장은 “가격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당장 마땅한 대체품이 없다면 전력을 덜 소비하는 LED 전구 등 차선책을 계속해서 찾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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