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해엔 '노인과 바다의 도시, 부산' 오명부터 벗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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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위·부산시 인구정책 협약식
일자리와 교육 환경 확충이 해답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인구미래전략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인구미래전략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부산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심각하다. 통계청 발표 결과 부산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0.73명(전국 평균 0.81명)으로 전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0.6명대로 주저앉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한다. 원도심인 부산 중구는 합계출산율이 0.38명에 그쳐 아이 울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저출산 쇼크’가 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이 와중에 부산은 대도시로는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 부산이 한국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고, 가장 빨리 늙는 ‘노인과 바다의 도시’로 추락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산시의회가 29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저출산 종합계획, 고령화 인구정책 과제 발굴’을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협약식에서 “일자리 확보와 교육 여건이 지역 소멸 대응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백번 공감하고, 국가적 재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인구 위기가 지역 소멸, 국가 소멸로 치닫는 국면에서 ‘정책과제 발굴 협력’은 다소 한가하게 들릴 소지가 크다. 지난 16년간 역대 정권마다 이 문제를 거론해 280조 원 이상의 국가 예산을 투입했지만, 백약이 무효였기 때문이다.

인구 위기에 대한 정책 부재와 행정 실패로 인해 부산은 전국에서 노인 고독사 발생 비중이 가장 높은 도시로 전락하는 등 갖가지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청년 유출도 지속돼 부울경에서 수도권으로 떠나는 인구의 80% 이상이 10~30대일 정도이다. 모두가 좋은 교육 환경과 일자리를 찾아 힘겹게 서울로 떠나고 있다. 게다가 청년들은 치솟는 주택 가격과 양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을 머뭇거리는 악순환만 계속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 “한국이 인구 감소로 2050년에 인도네시아 및 나이지리아, 2075년에 필리핀, 방글라데시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내놓을 정도이다. 인구 위기가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이다.

국가 소멸이라는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수도권 일극 집중 해소와 함께 지방에 좋은 일자리와 교육 환경을 끊임없이 확충해야 한다. 부산에서부터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해 결혼하고,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수협은행 등 약속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조속히 완료하고, 이를 마중물 삼아 청년 창업과 대기업 지방 이전 활성화, 지방대학 혁신을 끌어내야 한다. 2023년 토끼의 해, 부산에서 아이를 낳아 온 가족이 웃으면서 함께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국가가 진력해야 한다. 그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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