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도시’ 김해, ‘가야사’만 있고 이후 역사는 없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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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특화 박물관만 두 곳 존재
고려 유물 등은 시설 없어 방치
시민 기증 유물도 창고서‘낮잠’
“통합 관리 시립박물관 건립을”


국내 대표 가야사 박물관인 국립김해박물관(왼쪽)과 금관가야 왕 묘역 출토품을 다루는 대성동고분박물관. 이경민 기자 국내 대표 가야사 박물관인 국립김해박물관(왼쪽)과 금관가야 왕 묘역 출토품을 다루는 대성동고분박물관. 이경민 기자

‘박물관 도시’와 ‘역사문화도시’를 표방해온 김해시가 가야사 연구·보존에만 급급해 정작 가야 이후 역사에 대한 인식과 통합적인 유물 관리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김해 출토 유물과 시민 기증품이 지역에서 방치되거나 다른 도시에서 전시돼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김해시립박물관 건립사업이 추진됐지만 2018년 부지 미확보로 한 차례 좌절된 후 사실상 멈춘 상태다. 가야시대 이후 유물을 전시·보관할 시립박물관 건립이 기약 없이 중단되면서, 지역 역사가들은 “김해에는 가야사만 있고, 이후 역사는 없다”라며 쓴소리를 내뱉는다.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역사 유물을 전시하고 있지만, 선사시대부터 가야시대 유물로 국한돼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시는 2017년부터 시립박물관 건립을 준비해왔다.

김해시는 당초 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성동고분박물관을 증축하는 방식으로 야외주차장 부지에 시립박물관을 조성하고 2019년 연말께 개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평가에서 승인을 내주지 않으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

증축사업이 불가능해지자 김해시는 해당 사업을 당시 문화재과에서 문화예술과로 이관했다. 문화예술과는 사업을 잠시 연기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시는 지금까지 사업을 재개하지 않고 시립박물관 건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역사성과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부지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공립박물관 설립타당성 평가를 통과하는 비율도 10% 정도로 낮아 시일이 상당히 많이 소요될 것”이라며 “원점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아직 시작 시점도 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해시 대동면 덕산리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금동경패(왼쪽)와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갈무리 김해시 대동면 덕산리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금동경패(왼쪽)와 통일신라 금동여래입상.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갈무리

문제는 김해에는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 근·현대 등 가야시대 이후 유물을 다루는 전시관과 수장고가 없어 김해 출토 유물들이 다른 도시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되거나 창고에 보관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동면 덕산리에서 출토된 고려시대 불교 유물 ‘금동경패’와 통일신라 때 유물 ‘금동여래입상’이 국립진주박물관 수장고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진주박물관 관계자는 “김해박물관은 가야사 특화 박물관이어서 고려시대 유물을 전시하기는 곤란했을 것”이라며 “진주박물관은 경남 역사·문화 특화 박물관이어서 이곳에서 전시하다가 2018년 리모델링을 하면서 수장고에 뒀다. 곧 다시 전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때 시는 시립박물관이 건립되면 전시할 유물들을 시민들로부터 기증받기도 했다. 관련 유물들은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보관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성동고분박물관 소장 유물은 총 1만여 점으로 아직 시립박물관에 들어갈 유물을 분류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한 역사전문가는 “김해는 ‘박물관 도시’라는 명성을 갖고 있지만 역사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이 부족, 체계적인 박물관 건립이 안 됐다”며 “김해에는 가야 이후 역사문화자원도 많이 존재하는 만큼 이를 전시·보존할 시립박물관을 반드시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에는 현재 국립김해박물관, 시립인 대성동고분·김해분청도자·김해한글·김해목재·수도·김해민속·화포천습지생태·진영역철도 박물관과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을 포함한 10개의 국공립박물관이 있다.

역사전문가는 “가짓수만 늘리는 방식으로 박물관 도시를 만들 수는 없다. 중요도를 따져 우선순위를 정해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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