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노출에 영양실조… 버려진 개, 보호소 안에서도 ‘유기’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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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운영 불구 관리 소홀 ‘도마’
기간제 포함 6명이 280마리 맡아
건강한 동물도 감염 개체와 한 공간
보호단체 “학대 수준… 대책 마련을”

진주시유기동물보호소 모습. 김현우 기자 진주시유기동물보호소 모습. 김현우 기자

“유기견 한 마리를 데리러 가려고 방문했는데 보호소 내부 모습을 보고 눈물이 흘렀습니다”

“제발 저 아이들을 살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가 진주시유기동물보호소를 다녀온 뒤 한 말이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소라고 하기엔 너무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주장했다.

진주시 집현면에 있는 진주시유기동물보호소는 지난 2005년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유기견 40마리를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개소했다. 하지만 유기견 수가 해마다 늘면서 시설을 확충했고 지금은 적정 사육두수가 200마리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부족이었다. 2020년도 전후부터 적정 사육두수를 초과했고 지금은 280마리 안팎을 보호하고 있다.

보호소 내부에 있는 유기견 모습.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리본 관계자 제공 보호소 내부에 있는 유기견 모습.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리본 관계자 제공

문제는 유기동물 관리 자체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보호소는 외부와 사실상 격리돼있다.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 일반인들은 방문조차 쉽지 않고, 홍보 목적이 아니면 내부 촬영조차 어렵다.

관리자는 공무직 2명과 기간제 근로자 4명 등 모두 6명이다. 공무직 가운데 한 명은 주로 유기동물을 포획하고, 다른 한 명은 분양시키는 업무를 맡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는 해마다 새로 뽑아야 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소에 있는 동물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그나마 동물봉사단체가 지원을 했지만 최근 파보바이러스가 돌고 있어 이마저도 제한됐다.

당연히 관리가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데, 실제 보호소 내부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전염성이 매우 높은 파보바이러스가 돌고 있는데, 감염됐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개체들이 건강한 개체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파보바이러스는 주로 변을 통해 전염되는데, 심지어 내부에는 혈변이나 설사를 한 개들도 있다.

강아지의 경우 파보바이러스 치사율이 7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동물학대에 가까운 조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난주 유기견 한 마리를 기증 받기 위해 진주유기동물보호소를 찾은 동물보호단체 사단법인 리본의 한 관계자는 “어린 개체들이 한 견사에 8마리에서 10마리 정도 같이 있었다. 설사와 피설사를 해도 격리가 되질 않는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들이 치료도 못 받고 죽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혈변이 있는 견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아지. 리본 관계자 제공 혈변이 있는 견사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아지. 리본 관계자 제공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영하의 날씨 속 바닥 물청소를 진행했는데 뒷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유기견들은 발이 얼거나 습진에 걸렸다.

견사에는 흔한 이불이나 담요조차 깔려 있지 않다. 앞서 리본이 견사 바닥에 톱밥을 깔아주기 위해 톱밥 수십 톤을 후원 받았지만 진주시에서 받지 않았다.

대다수 개들은 사료를 거의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지난 7월에는 모낭충을 앓고 있는 유기견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마치 온몸에서 피를 흘리는 듯 빨간색으로 물들었는데, 그 원인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

리본 관계자는 포비돈 요오드(빨간약)을 희석시키지 않고 들이부은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담당자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해당 유기견은 탈장 증세까지 생겨 병원으로 옮겨졌고 수술 끝에 겨우 살아나 현재 회복 중이다.

지난 7월 모낭충을 앓았던 유기견. 포비든 요오드를 들이부은 듯한 참혹한 모습이다. 리본 관계자 제공 지난 7월 모낭충을 앓았던 유기견. 포비든 요오드를 들이부은 듯한 참혹한 모습이다. 리본 관계자 제공

리본 관계자 A 씨는 “포비돈을 쓰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힘든 모습이다. 이 정도면 거의 원액 수준을 들이부은 것이다. 유기견의 고통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락사 방식도 문제시 되고 있다. 안락사를 시키는데 다른 동물들이 보고 있는데 마취를 하거나 안락사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리본 관계자 B 씨는 “동물을 보호하는데 너무 열악한 환경이다. 진주시가 반려동물지원센터를 건립해 동물복지를 이루겠다고 하는데 그에 앞서 지금 있는 유기견에 대한 관리 방안부터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 관계자는 “격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파보바이러스에 걸렸거나 의심되는 개체는 모두 병원에 입원 시키기로 결정했다. 현재 보호소 환경이 열악하지만 최대한 보온에도 신경 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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