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86%, 가격 올랐다… 등유, 최고 상승률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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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8개 품목 중 395개 값 상승
가공식품, 안 오른 품목 없는 상황
무·식용유·배추 등도 크게 올라
전기요금 인상도 상승 압박 요인

등유 가격이 급등한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란에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연합뉴스 등유 가격이 급등한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의 한 주유소 유가정보란에 가격이 표기되어 있다. 연합뉴스

2022년 정부의 소비자물가 조사 458개 품목 중 86.2%가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지방 소도시나 농촌지역에서 난방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등유가 가장 크게 올랐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 458개 중 가격이 오른 품목은 395개로 사실상 물가상승세가 전방위로 확산된 모습이었다.


품목별로 보면 등유가 한 해 동안 56.2%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등유 대신 항공유 생산이 늘어 공급량이 줄고 난방용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등유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이나 지방 소도시의 노후 주택에서 난방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통상 한드럼에 얼마씩 하는 방식으로 말하는데 이들 서민의 가계에 큰 부담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등유 다음으로 무(38.6%) 식용유(35.8%) 배추(35.7%) 경유(31.9%) 등도 크게 뛰었다.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에서는 안 오른 것이 없을 정도였다. 오징어채와 과실주가 약간 내렸으나 사실 이들 품목은 구입비중이 미미하다. 내구재 중에서는 좀 내린 품목이 있는데 전자레인지 선풍기 세탁기 의류건조기 등이다. 1~2% 정도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가정에서 자주 구입하고 지출 비중도 높은 항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6.0%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11.1%) 이후 2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144개 중 125개가 올라 86.8%가 상승했다. 무·식용유·경유 등을 비롯해 국수(30.5%) 소금(22.4%) 감자(20.5%) 수입쇠고기(18.3%) 등의 오름폭이 컸다.

지난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은 미국이나 유럽, 영국보다는 낮은 편이었으나 생활물가지수는 많이 올라 체감지수는 이들 국가 못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수입 식품류에 대한 관세를 0%로 내리고 부가가치세도 없애는 등 식품과 원자재 물가부담을 줄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폈으나 워낙 물가상승세가 가팔라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기재부는 ‘민생·물가 안정 총력 대응’이 국민이 선택한 기재부 최우수정책으로 선정됐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굳이 이같은 발표가 필요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정부와 한국전력은 1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이로 인해 물가 상승률이 0.15%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추가 전기·가스요금 인상도 예고된 상황이다.

정부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지 못해 적자가 누적됐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채를 대량으로 발행한 것이 금융시장 교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국 지자체도 새해들어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물가 상승 요인에는 글로벌 요인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은 긍정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 공공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그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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