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매력적인 영화 도시… 변화 없인 이름만 영화 도시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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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콘텐츠 도시] (상) K콘텐츠 열풍 속 부산의 현재

산·바다·도시 두루 갖춘 매력적인 장소
코로나에도 10년 전보다 배 넘게 촬영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예약 포화 상태
BIFF 외엔 내세울 대형 콘텐츠 없어
다른 지자체 스튜디오 짓고 거센 추격
영화촬영소도 표류 중인 부산은 정체

영화 ‘국제시장’ 촬영 장면.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영화 ‘국제시장’ 촬영 장면.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2023년에도 K콘텐츠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한국 영화·드라마는 해외 시상식을 휩쓸 정도로 세계적인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 확대로 K콘텐츠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영상 도시’를 외치는 부산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한국은 세계 콘텐츠 기업 격전지가 됐고, 전국 지자체는 ‘콘텐츠 도시’를 표방하며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부산에는 성장을 이끌 매력이 많지만, 변화 없이 ‘장밋빛 미래’만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촬영 장면.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촬영 장면.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아직은’ 영화·영상 도시

부산은 전통적으로 매력적인 촬영지로 꼽힌다. 푸른 바다와 수려한 산, 새로운 도시와 구도심까지 다양한 배경을 두루 담을 수 있다. 부산영상위에 따르면 2000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영상물은 총 1754편이다.

K콘텐츠 세계화와 OTT 콘텐츠 확대로 실질적인 촬영 빈도도 높다. 부산영상위는 2022년에만 영화·영상물 138편을 부산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는 역대 최다 편수인 142편을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1년(60편)과 비교하면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포화 상태에 가깝다. 부산영상위 ‘20년간 활동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스튜디오 대여율은 2014~2018년 50~80%대에서 2019년 94.1%까지 늘었다. 2020년에는 ‘D.P.’ ‘헤어질 결심’ ‘한산:용의 출현’, 2021년엔 ‘헌트’ ‘수리남’ ‘최종병기 앨리스’ 등을 촬영했다. 사실상 자리가 없어 더 많은 작품을 못 찍는 상태다.

‘해운대’와 ‘국제시장’ 등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같은 비용이면 부산 촬영을 원하는 감독과 영화인이 많다”며 “스튜디오 예약에 맞춰 로케이션 일정을 함께 고려하고 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콘텐츠산업 경쟁력 정체?

일각에서는 부산이 매력적인 ‘영화·영상 도시’로 꾸준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진다.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대형 콘텐츠 행사가 없고, 산업적으로 관련 업체와 인력 모두 충분치 않아서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최근 수도권과 충청권, 강원권의 대규모 스튜디오와 비교하면 규모와 시설 면에서 경쟁력이 높지 않다. 요즘처럼 장기 대여로 OTT 시리즈를 촬영하면 다른 작품을 받을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수도권에 버추얼(VFX) 스튜디오가 증가하고, 컴퓨터 그래픽(CG) 기술도 발전해 로케이션 촬영 없이 부산 ‘배경’만 활용하는 시대가 온다는 말도 나온다.

경제 효과도 기대만큼 창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진다. 촬영을 진행하면서 얻는 숙박비·식비·인건비·장비 렌탈비 등 직접적인 경제 효과와 콘텐츠를 통해 도시를 홍보하는 ‘후광 효과’도 정체에 빠질 수 있다. 기장군 ‘아홉산숲’과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같은 새로운 부산 관광지 발굴에도 한계가 있다.

■불투명한 ‘장밋빛 미래’

업계에선 부산도 변하지 않으면 더 이상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울 거란 말이 나온다. 전국 각 지자체는 경쟁력 선점에 팔을 걷어 붙이는 중이다. 경기도 성남시는 ‘콘텐츠 문화산업도시’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인천시는 아예 ‘K콘텐츠 벨트’를 지정하고 산업 특화에 나섰다. 경기도 고양시는 ‘K팝 도시’, 경남 합천군은 ‘콘텐츠 도시브랜드 특화사업’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영화·영상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스튜디오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곳도 많다. 경기도 파주시에는 1만 1315평 규모의 ‘CJ 콘텐츠 월드’를 비롯해 ‘넷플릭스 파주 스튜디오’와 ‘덱스터 버추얼 스튜디오’ 등이 들어섰다. 인천에는 지난해 2000평 규모의 ‘넥스트 스튜디오’가 개관했다.

반면 부산에서는 변화의 바람이 약한 상태다. A동과 B동 규모가 각각 250평과 500평인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가 전부다. 전통적인 영화·영상 도시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잠재력이 있지만, 더 많은 작품 촬영을 유치하기엔 여건이 열악한 상태다. 영화 산업적인 측면도 마찬가지다.

기장군 도예촌 부지에 지으려던 영화촬영소는 10년 넘게 표류 중이다. 국내 대표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이 2년 전 문의한 시대극 세트 제작도 흐지부지됐다.

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PD는 “수도권에 스튜디오가 많이 들어선다. 부산도 부지를 좀 더 확보해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면 좋을 것”이라며 “영화 관련 종사자 95% 이상이 수도권에 있는 상황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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