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함양 토속어류생태관, 예산 삭감에 결국 휴관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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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운영·예산 낭비 논란 빚어
콘텐츠 없고, 시설 낡아 관람객 뚝
올 초 대책 없이 무기한 문 닫아
용도변경 땐 국비 14억 토해낼 판

함양군 하림공원에 있는 토속어류 생태관 전경. 지난 1일자로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김현우 기자 함양군 하림공원에 있는 토속어류 생태관 전경. 지난 1일자로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김현우 기자

부실 운영과 예산 낭비 논란을 빚어온 함양군 토속어류 생태관이 결국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다. 군은 새로운 활용 방안을 찾은 뒤 재개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함양군 함양읍 하림공원에 위치한 토속어류 생태관은 지난 2009년 환경부 예산 14억 원 포함 총 62억 원이 투입돼 구축됐다.

개관 당시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전시동과 사육동, 양어장 등 시설이 갖춰졌고 철갑상어와 희귀 토속 어류인 황금 미꾸라지, 황쏘가리 등이 전시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 물고기 체험과 3D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3년여 만에 1만 명 가까운 방문객이 다녀갔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색다른 볼거리를 보충하지 못하면서 꾸준히 관람객이 줄어들었다.

리모델링 시도도 했다. 11억여 원을 들여 토속어류생태관 일부를 곤충생태관으로 꾸몄는데, 콘텐츠 부족과 코로나19 문제가 겹치며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토속어류 생태관의 연간 운영비는 기간제 근로자 2명 인건비와 시설 운영비, 토속어류 구입비

등 1억 5천만 원 안팎이다.

무료 입장이라 전액 군비가 투입되는데, 관람객이 없다 보니 예산 낭비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함양읍에 사는 한 군민은 “초반에는 그럭저럭 운영이 잘 됐다. 하지만 5~6년 지나면서부터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색다른 볼거리도 없고 프로그램도 없으니 갈 이유가 없었다. 최근에는 혈세 낭비라는 말이 꾸준히 나왔다”고 아쉬워했다.

토속어류 생태관 내부 모습. 비어 있는 수족관이 많고 관람객도 없다. 김현우 기자 토속어류 생태관 내부 모습. 비어 있는 수족관이 많고 관람객도 없다. 김현우 기자

부실관리 지적도 이어졌다. 함양지역 토속어종 전시 횟수가 갈수록 줄어들었고 안내판과는 다른 물고기가 전시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관람객들이 수족관 안에서 죽은 채 방치돼 있는 물고기 십여 마리를 발견하는가 하면, 아예 비워둔 수족관도 적지 않았다.

전문가가 아닌, 기간제 근로자 2명만 근무하다 보니 관리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는 사이 시설 노후화까지 심각해지면서 생태관은 더 이상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진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올해 예산까지 전액 삭감되면서 토속어류 생태관은 1월 1일자로 무기한 휴관에 들어간 상태다.

함양군 관계자는 “토속어류 생태관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물론 용도변경까지 검토 중이다. 군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

리모델링을 하자니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리모델링을 하더라도 관람객이 늘어날 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앞서 한 차례 시도했던 리모델링이 실패로 끝나면서 콘텐츠 확보 부담은 더 가중된 상태다.

토속어류 생태관 전경. 군은 현재 건물 용도변경을 검토 중이다. 함양군 제공 토속어류 생태관 전경. 군은 현재 건물 용도변경을 검토 중이다. 함양군 제공

때문에 군은 아예 생태관 용도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지역에 영화관이 없기 때문에 주민 요구를 받아들여 작은영화관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상업성도 있는데다 특히 현재 생태관 건물 구조상 작은영화관으로의 변경이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환경부 의사가 관건이다. 해당 건물은 국비 보조사업으로 건립됐기 때문에 환경부 허가가 필요하다.

일단 환경부는 환경이나 생태 관련 시설로 사용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용도변경을 하려면 투입된 국비 14억 원을 반납해야 한다.

군 관계자는 “환경부를 설득하기 위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국비 반납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만 일단은 설득이 우선이다. 지역민이 필요로 하는 시설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접점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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