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공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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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음(1964~ )

밤이 목도리처럼 길다

해변이 가지고 노는 것들

달 모래 파도

압축된 해변의 서정이 길다

늦도록 고요를 꿰매는 손 그물 같다

해변으로 떠밀려 온 것들이 혈육처럼 엉켜 있다

밤의 잔물결이 해변을 간지럽힌다

해변의 몸이

한 마리 생선처럼 예민하다

*공수 해변-부산의 지명

- 시집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2021) 중에서


시인의 전언대로 해변의 밤은 목도리처럼 길고 압축된 해변의 서정도 길다. 기장 해안에 있는 공수해변을 오래전에 가본 듯하다. ‘늦도록 고요를 꿰매는 손 그물’ 같은 먹먹한 밤이 오면 인생도 사랑도 다 옳은 일 같다.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다 마땅한 일 같다. 시인의 서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변의 몸이 한 말 생선처럼 예민’해 질 때 바다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엔딩 장면처럼 거칠게 뒤척일 것이다. 다 말하지 않는 것이 시다. 아름다운 서정시 한 편을 읽고 나니, 새해의 추운 밤도 파도처럼 거칠게 오지만 결국엔 목도리를 풀어 버리듯 순해질 것만 같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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