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대리도 짐 쌌다… 금융권 역대급 ‘희망 퇴직’ 바람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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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행 신청자 68명 퇴직 발령
30~40대 직원들도 상당수 포함
5대 은행 명퇴 3000명대 예측도
조건 맞으면 나이 안 가리고 퇴사
점포 축소 기조·보상금도 한몫
최대 실적에도 인력 감축 ‘씁쓸’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부산일보DB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부산일보DB

부산의 대표 지역 금고인 BNK부산은행에서 68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직장을 떠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예년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이른바 ‘30대 대리’로 통칭되는 젊은 은행원들이 올해 다수 포함됐다.

이같은 연차, 나이를 구분하지 않는 희망 퇴직 열풍은 은행권 전반에 불고 있다. 은행 간 영업 경쟁이 심화돼 근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은행권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에 은행 대부분이 비대면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며 점포, 인력 수요가 급감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 등 복합적으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행은 지난 1일 자로 희망퇴직 신청자 68명에게 퇴직 발령을 냈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한 1∼7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총 규모로만 비교하면 2021년 101명, 2022년 149명보다 적은 숫자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자 다수를 차지하는 임금피크 대상자가 지난 2년에 비해 적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이 구체적인 연령별 퇴직자 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정년을 10년 이상 앞둔 중간 간부인 40대 차장급과 30대 대리급 젊은 직원도 다수 있었다. 연령을 가리지 않고 조건에 부합한다면 희망퇴직을 거부감 없이 신청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희망퇴직 열풍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과 DGB대구·광주은행 등 다른 지방은행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마무리했으며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하나은행은 3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간 매년 5대 은행에서만 2000여 명의 은행원이 짐을 싼 만큼 대상 연령을 40대 초반까지 낮춘 올해는 이를 훌쩍 넘는 직원이 은행을 떠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일각에선 많게는 3000명 수준을 예측하기도 한다.

이처럼 역대급 희망 퇴직 바람은 비대면 금융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 기조와 은퇴를 서두르는 사회적 분위기가 겹친 결과로 보인다.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일반은행(인터넷전문은행 제외) 국내 영업 점포(지점+출장소)는 3914개였다. 같은 3분기를 기준으로 할 때 2018년 4772곳, 2019년 4740곳, 2020년 4572곳, 2021년 4239곳 등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역 은행권 관계자는 “지점이 빠르게 줄고 있어 승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오히려 희망퇴직하기 좋은 시기라는 이야기마저 나온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업계는 지난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0조 5000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반으로 큰 보상안을 내놓고 있다.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임금피크를 앞둔 1967년생에게는 월 평균 임금 32개월치, 1968년생과 1975~1982년생에게는 40개월치, 1969~1974년생에게는 42개월치, 1983년 이후 출생자에게는 38개월치를 각각 지급한다. 특히 하나은행은 평균 임금 외에도 1968~1970년생 준정년 특별퇴직 직원에 한해 자녀 학자금, 의료비, 재취업과 전직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며 “가장 단순한 인력 구조조정보다 재배치 등 활용 방안 등을 마련하는 게 좋지 않겠나”고 토로했다.

은행권에서 시작된 희망퇴직은 증권사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율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에 착수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희망퇴직 대상은 주로 50대 이상이었지만, 이제는 이젠 40대 이하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내년 고용 한파는 더 심화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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