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 해제 ‘권한 확대’보다 ‘총량 확대’가 급하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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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신년 업무계획] 부울경 지자체 반응

부산시 “1000만 평 반영 필요
면적 늘려야 엑스포 유치 도움”
울산시 “산업단지 조성 활용”
경남도 “미래산업 용지 확보”

부울경은 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보다는 해제 총량을 늘리는 것이 더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부울경 지역발전 협력회의’ 모습. 부산일보DB 부울경은 지자체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 확대보다는 해제 총량을 늘리는 것이 더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에서 열린 ‘국토교통부-부울경 지역발전 협력회의’ 모습. 부산일보DB

비수도권 지자체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 해제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신년업무계획 발표를 부울경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권한 면적을 확대하는 것보다는 GB 해제 총량을 늘리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산은 2030세계박람회 유치와 가덕신공항 조기 착공이라는 국책사업과 연계한 미래사업 공간 조성을 위해 현재 활용 가능한 GB 해제 총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어서 추가 총량 확대가 절실하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가덕신공항 배후 물류·산업·스마트도시 건설과 해운대 첨단 사이언스파크 조성을 위해 필요한 GB 해제 총량은 약 1000만 평에 이른다.


가덕신공항 개항과 함께 배후에 공항복합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시의 구상은 우선 강서구 김해공항 서쪽 부지 약 350만 평에 제2에코델타시티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곳은 최첨단 과학기술 실현과 글로벌 기준의 지속가능한 미래지향도시로 지어질 계획이다.

또 강서구 죽동동과 화전동 일원 약 420만 평에는 가덕신공항과 부산항 제2신항 건설 등에 힘입어 공항, 항만, 철도 등 ‘트라이 포트’ 물류 거점을 확보하는 동북아 물류플랫폼 조성이 계획되고 있다. 두 가지 사업에 필요한 GB 해제 총량만 이미 770만 평에 이른다. 여기에 시는 해운대구 우동과 좌동, 송정동 일원에서 약 200만 평을 첨단 사이언스파크로 탈바꿈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해운대 신시가지와 인접해 각종 연구개발센터와 스타트업 등이 입주할 첨단 사이언스파크는 미래산업 혁신성장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지에 위치한 군부대 53사단을 이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시는 ‘이전 사업 타당성 조사 및 마스터 플랜 수립 용역’을 이달에 발주하고 내년 대체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같은 시의 구상에 따라 사업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제2에코델타시티, 동북아 물류플랫폼, 해운대 첨단 사이언스파크 조성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GB 약 1000만 평을 해제해야 한다. 시는 현재 수립 중인 ‘2040 부산권 광역도시계획’에 1000만 평의 GB 해제 추가 반영을 포함시켜 국토부에 건의했다.

광역도시계획은 20년 주기로 각 시·도가 수립한다. 시는 2009년 ‘2020 부산권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하면서 GB 해제 총량을 66.2㎢(약 2000만 평)로 늘렸다. 하지만 이후 에코델타시티와 부산국제물류산업도시, 맥도 그린시티 조성 등 강서구 일대에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해 GB 해제 총량의 80%를 소진했다. GB 해제 총량은 지방자치단체가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해제할 수 있는 ‘GB 해제 가능 면적’이다. 국토부가 해제 총량을 정해 관리하며, 형식상 0.3k㎡ 이상 해제할 때 국토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임경모 시 도시계획국장은 “비수도권 지자체에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늘려 주겠다는 국토부 계획은 일종의 규제 개선책이어서 절차가 줄어 효율을 높이는 효과는 있다”면서도 “국가 균형 발전이 중요 국정과제가 된 만큼 GB 해제 총량 범위를 늘리는 것이 비수도권, 특히 부산 입장에서는 더욱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울산시는 김두겸 시장이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일명 ‘GB 난맥상’을 푸는 데 공을 들일 방침이다. 통상 GB는 도시 주변부를 둘러싸고 있지만 울산의 경우 도시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기형적 형태여서 지역 균형 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울산권 GB 면적은 269㎢로 전체 행정구역의 25.4%를 차지한다. 2020년 기준 해제 가능 총량 소진율은 37.8%에 그쳐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전국 7개 권역 가운데 최하위였다. 울산에서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한 면적은 38.1㎢이고, 이 중 14.4㎢만 풀린 상태다.

울산시는 일단 GB를 해제해 산업단지와 신도시 조성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GB를 풀면 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인구와 자금 유출 방지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울산에 들어서는 현대자동차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과 관련해 GB를 풀어 협력업체 입주단지 조성 등에 활용하겠다는 복안도 세우고 있다. 김 시장은 그간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연관 부품 전용 단지가 필요하다면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 GB를 과감히 풀어서라도 관련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한편 경남도는 GB 해제 권한이 확대될 경우 4대 미래산업과 관련된 용지 확보에 우선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도의 4대 미래산업은 원전, 방산, 항공우주, 조선산업 등이다. 창원을 중심으로 원전, 방산 관련 국가산업단지를 건설하기 위한 용지 확보를 가장 먼저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창원 시내, 진해 신항 등을 중심으로 스마트 항만물류지구 지정도 구상하고 있다. 또 김해에서 동북아 물류플랫폼과 지능기계국가산업단지 조성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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