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새해맞이 갈등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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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법무법인 예주 대표변호사

이해관계 대응이 인생의 가장 큰 과제
자신의 목표·타인과 관계 따라 달라져
혼란만 증폭시키는 경쟁대립형보다
합의·조정 끌어내는 변호사가 실력자
여야 평행선 긋고, 남북한 긴장 고조
화합과 소통으로 새해 새 출발 해야

몇 달 전 서면 포장마차에서 곰장어 한 접시를 시켜 지인들과 도란도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잠시 후 술이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 한 명이 자리에 앉으면서 포장마차 주인아주머니를 향해 “느그가 뭔데 세금 한 푼 안 내면서 코로나 지원금을 받냐”고 큰소리를 내면서 분위기가 싸해졌다. 뭔가 사고가 날 것 같은 불길한 기운 속에, 주인아주머니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아이고 나라에서 준다 카는데 그라믄 안 받을끼가 우짤끼고, 자자, 내가 소주 한 병 쏠께”라고 하자, 아저씨는 이내 멋쩍은 웃음으로 누그러졌다. 소주 한 병으로 손님들의 평화를 깨지 않는 노련한 아주머니의 대처가 감탄스러웠다.

갈등관리이론의 대가인 토마스 킬만 박사는 갈등의 당사자일 때 갈등에 대응하는 유형으로 자신의 목표와 타인과의 관계라는 두 가지 관심사의 정도에 따라 경쟁대립형, 회피형, 타협절충형, 협동형, 양보순응형 등 5가지로 분류했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대한 열망이 더 클수록 경쟁대립형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지고, 타인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면 양보순응형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갈등이 있을 때 스스로가 어떤 유형으로 반응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 왔는지를 안다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하는 갈등 속에서 스스로를 보완해 나갈 수 있기에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경쟁대립형은 주로 응급 상황이나 빠른 의사 결정이 필요할 때 유용한데, 갈등 상황에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 태도를 보이기에, 조직의 융합을 저해하고 반감과 저항을 초래하게 될 위험이 크다. ‘난 몰라’식의 회피형은 갈등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이거나, 개입할 경우 효과보다 비용이 클 때 오히려 회피하는 것이 더 유용할 경우도 있지만, 조직 내에서 무책임하다는 인식을 주게 된다. 타협절충형은 이해관계를 적절히 배분함으로써 갈등을 빠르게 처리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데, 해결 방안을 고민하지 않고 ‘적당히’에 안주하게 될 우려가 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양보순응형은 대체로 다수의 결정에 따르나, 자신의 주장에 확신이 있고 상대가 잘못 알고 있는 경우에는 최악의 전략이 될 수 있다. 협력형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서로가 원하는 해결책을 찾는 유형인데, 갈등 해소 만족도가 높지만, 높은 비용이 지출되는 단점이 있다. 포장마차 주인아주머니의 갈등 해소는 언뜻 보기에는 갈등을 회피하는 유형 같아 보이지만, 손님들의 평화를 지키면서 자신의 영업에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소주 한 병을 서비스로 제공하면서 갈등을 누그러뜨린 절충형 내지 협동형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그 손님도 포장마차 매상을 올리고 갔으니 주인아주머니는 진정한 승리자가 된 셈이다.

변호사는 각종 송사에서 누군가의 갈등을 해결해야 되는 직업이다. 하지만 당사자들 사이에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갈등이 더 커지기도 하고, 판결로 어떤 결과를 받는다 한들 강제적인 해결은 될지언정 당사자들의 갈등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 보통 소송에 임하는 변호사들은 경쟁대립형의 투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고, 각종 증거를 수집하고 전략을 세워 상대를 ‘악의 존재’로 만들어 의뢰인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합의나 조정을 권유하는 변호사는 되레 무능한 변호사로 비치고, 오로지 이기는 싸움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분쟁이 어느 정도 경과되고 쟁점이 정리되고 나면, 경쟁형은 빛을 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이혼소송의 경우가 그런데, 조정절차를 통해 당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어 각자 원하는 것을 얻고, 양보와 타협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앙금도 적고, 미성년 자녀들이 있을 경우, 추후 면접 교섭이나 양육비 지급에서도 수월하며 경제적으로도 당사자에게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 연차가 쌓이면서 이기고도 찜찜한 경우를 접하게 되면서 합의나 조정을 잘 이끌어 내는 자가 진정한 실력자라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되는 이유다.

비단 소송 과정뿐만 아니라, 가정, 직장, 사회 그 어디에서나 있는 갈등에 대하여 어떻게 갈등을 마주하고 해결해 나가는지는 인생의 가장 큰 과제이다. 어떤 대응 방법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고, 적재적소 원칙에 따라 갈등에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정하고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고, 모른 척 덮고 넘어가야 할 때도 있으며, 시간이 걸려도 대화와 소통으로 협상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여야는 새해 첫 회동부터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남북한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해결되지 못한 과제들로 갈등은 더 심화되는 분위기다. 새해를 맞아 그동안 얽히고설킨 갈등은 풀어내고 화합과 소통이란 새 출발을 위해서는 포장마차 아주머니와 같은 ‘소주 한 병’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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