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으론 힘든 자사고 전환, 돈 댈 학교재단 설득도 난제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신년 회견

서부산권 자사고 카드 ‘첩첩산중’
학교법인 재정 여력 뒷받침돼야
당근책 없어 설득 쉽지 않을 듯
지정 취소 논란 해운대고 전례도
시행령 개정 않으면 현재론 불가

4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하윤수 교육감이 2023년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역점과제에 대해 밝히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4일 오전 부산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하윤수 교육감이 2023년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역점과제에 대해 밝히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시교육청 하윤수 교육감이 취임 2년 차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를 목표로 원도심·서부산권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설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열악한 사립학교 재정 현실과 정권에 따라 바뀌어 온 자사고 정책에 대한 우려가 자사고 유치에 핵심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학년도 부산의 사립학교 법정부담금 법인 부담 현황에 따르면 부산의 초·중·고 사립학교 124곳 중 법정부담금을 완납한 학교는 2곳에 불과하다. 법정부담금은 국민건강보험과 사학연금 등 법령에 따라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비다. 자사고 전환을 위해서는 학교법인이 학교 운영 전체 예산에 5%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대다수 학교가 재정적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서부산권과 원도심권 학교로 범위를 좁혀 보면 27곳의 사립고등학교 중 1곳만 법정부담금을 완납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일반고의 자사고 전환을 위해 학교재단과 접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재단 설득이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자사고인 하나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등은 튼튼한 재정적 기반을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다. 시교육청 차원에서 재정 지원이나 자사고 전환을 위한 ‘당근책’이 없는 상황도 설득 과정의 난제로 꼽힌다.

부산에서 유일한 자사고인 해운대고의 전례도 사립재단에게는 고민거리다. 해운대고는 지난해 시교육청의 자사고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뒤 자사고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해운대고는 기준점수 70점에 못 미치는 종합점수 54.5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을 취소당했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의 정책 의지 덕분에 2000년대 자사고로 전환됐으나 20년도 되지 않아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가 진행되는 바람에 입학 경쟁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올해 해운대고에는 180명 모집에 171명이 지원해 경쟁률 0.95대1로 미달됐다.

부산의 한 사립고등학교 관계자는 “현재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자사고들의 성공 요인은 단연 든든한 재단 지원이다”며 “재단의 뒷받침이 없다면 이름만 자사고인 학교를 만드는 것에 그치고 말 것이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할 자사고 정책 방향성도 자사고 유치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당시 정부는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오는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돼 자사고, 외고, 국제고는 2025년 3월부터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명시됐다. 하 교육감 의지대로 자사고 지정은 현행 법령상으로는 불가능하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는 당초 국정과제에 자사고 폐지 재검토 안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으나 포함되지 않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의 추진 의지, 법령 개정, 교육부의 정책 방향성 등이 향후 자사고 전환에 핵심 열쇠다. 서부산권 사립재단 형편을 보면 나설 학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하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부산권 특성화고 육성 청사진도 밝혔다. 시교육청은 서부산권 특성화고에 원자력, 반도체, 수산·해운, e스포츠 관련학과를 만들어 지역 융화형 고등학교 설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원도심 지역의 학교 노후시설 개·보수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