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인기 도발, '평양공동선언'까지 무효화되나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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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 군사합의,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 성격
윤 대통령 결단 따라 전부 또는 일부 효력정지 가능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서명한 '평양공동선언문'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무인기 도발이 남북 간 9·19 군사합의 뿐만 아니라 전임 정부가 서명한 '평양공동선언' 자체의 존폐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5일 "9·19 군사합의와 연계된 다른 합의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며 "사정 변경에 따른 남북합의서 무효화는 우리 주권에 속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북한 무인기 도발에 맞서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검토를 지시한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정식 명칭인 9·19 군사합의는 사실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19일 방북해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같은 날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전 인민무력상은 9·19 군사합의에 서명했다.

대통령실이 두 합의서를 동시에 무효화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은 내용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평양공동선언에는 '9·19 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하고 성실히 이행'하기로 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9·19 군사합의와 평양공동선언을 전부 무효로 할지 일부만 무효로 할지는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결단에 달린 문제로 보인다. 남북관계발전법은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국가안보,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간을 정해 남북합의서 효력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두 합의서를 무효화하기로 결단할 경우 즉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이를 공포할 수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는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며 "평양공동선언 효력정지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정부는 또 대북 확성기와 전광판, 전단을 재개하는 방안을 물밑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9·19 군사합의 무효화의 실질적인 후속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확성기·전단 등은 주민들의 내부 동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북 측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특히 현행 남북관계발전법은 남북합의서 위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을 틀거나 시각매개물(전광판)을 게시하거나 전단을 살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 효력이 정지되면 우리 군이 접경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등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9·19 군사합의의 효력이 정지되면 이에 따른 법률상 처벌 조항이 사실상 무력화 된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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