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녹이는 아이들의 기부 온정 ‘16만 400원’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동래지역아동센터 초·중생 14명
커피 판매·공연 수입 십시일반
2018년 이후 네 번째 기부
사랑의 온도탑은 작년보다 부진

부산 동래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땀 흘려 번 수익금을 기부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동래구 온천천에서 경제 나눔 행사를 벌이는 모습(위쪽)과 인권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하는 모습. 동래구 지역아동센터 제공 부산 동래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땀 흘려 번 수익금을 기부해 깊은 울림을 전했다. 동래구 온천천에서 경제 나눔 행사를 벌이는 모습(위쪽)과 인권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오카리나 연주를 하는 모습. 동래구 지역아동센터 제공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사랑의 온도탑’에 고사리손으로 온기를 더했다. 경제난으로 연말 성금이 예년보다 줄어든 상황에서 아이들이 땀 흘려 얻은 수익을 이웃을 돕는 데 내놓아 여느 기부보다 깊은 울림을 전했다.

지난달 20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 계좌에 16만 400원이 입금됐다. 평범해 보이는 기부액이지만 여기엔 숨은 반전이 있다. 기부의 주인공이 부산 동래구 보금자리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초등학생 7명과 중학생 7명, 총 14명이 고사리손을 모았다.

지역아동센터는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지역사회 아동을 보호하고 건전한 놀이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보건복지부의 보조금을 받아 지자체에서 교부하는 지원금으로 운영된다.



‘사랑의 온도탑’. ‘사랑의 온도탑’.

센터에선 주로 맞벌이·한부모 가정 등 부모의 돌봄이 힘든 아이들의 생활을 도우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저녁 식사를 지원한다

동래구 보금자리 지역아동센터는 지난달 3일 ‘온천천에서 경제 나눔 행사’를 열었다. 초등학교 1, 3, 4, 5학년 7명이 행사에 참여했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커피와 차를 부스에 내놓았다. 만들기 체험도 함께 진행했다.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제품을 골라 체험을 하고 돈을 내는 방식이었다. 추운 날씨였지만 아이들의 마음과 시민들의 온기가 더해져 10만 400원이 모였다.

중학생은 오카리나 공연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 성금을 모았다. 중학생 7명은 지난달 9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인권의 날 기념식 행사에서 연주 공연을 펼쳤다. 연주를 마친 아이들은 공연비 6만 원을 받아 성금에 보탰다. 이렇게 16만 400원이 모였다.

아이들과 지역아동센터장은지난달 20일 모은 성금을 품에 안고 기부를 위해 공동모금회를 찾았다. 생애 첫 기부를 한 8세 최 모 군은 “재미있었다. 다음에도 기부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센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과 부스 행사가 어려웠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꾸준히 아이들이 판매, 공연을 통해 직접 번 돈을 10만 원 이상씩 기부해 왔다. 이번이 벌써 네 번째 기부다.

아이들에게 기부를 제안한 보금자리 지역아동센터 김미숙 센터장은 “아이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기부를 하는 과정 자체가 큰 배움이 됐다”며 “센터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시설인 만큼 아이들이 나눔의 기쁨을 몸소 느꼈으면 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달 1일 시작해 오는 31일까지 총 62일간 진행되는 희망2023나눔캠페인은 ‘함께하는 나눔, 지속가능한 부산’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107억 원 모금을 목표로 한다. 이웃에 대한 온정을 나타내는 상징물 ‘사랑의 온도탑’이 캠페인 기간 송상현 광장에 세워진다.

불경기 영향으로 예년보다 모금액은 많지 않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5일 오전 사랑의 온도탑은 77.8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동기의 89.5%로 모금액이 약 8000만 원 적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아이들의 따뜻한 사연에 힘입어 많은 분이 온정의 손길을 보태 주면 좋겠다”며 “사랑의 온도탑이 100도 달성에 성공해 이웃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