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수도권 집중 정책, 일본만 계속 쳐다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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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자녀 한 명당 1000만 원 파격 지원
국가 소멸 막기 위한 비상 대책 내놔야

일본 도쿄의 번화가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번화가에서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이 파격적인 탈수도권 집중 정책을 내놨다. 수도권 밖으로 이주하는 시민에게 자녀 한 명당 100만 엔(약 975만 원)의 지원금을 준다는 것이다. 오는 4월부터 기존의 이전 시 자녀 지원금 30만 엔(약 292만 원)에서 3배나 올려 시행한다. 이번 사업은 전국 80%에 해당하는 1300여 곳의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할 정도로 호응도 뜨거워 보인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가구의 한 구성원은 직장이 있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가지고, 수도권 밖에서 5년 동안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다. 일본 정부는 현재 수도권 인구 3500만 명에서 2027년까지 인구 1000만 명을 줄여 소멸 위기에 놓인 비수도권 지역을 회생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일본의 출생아 수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8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과감한 정책이 나온 배경에는 저출생 문제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문제를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저출생으로 나라가 위축돼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풀어야 한다. ‘이차원’(異次元)의 대책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차원이자 기존과는 다른 대담한 대책을 내놓겠다는 의미였다.

전체 인구의 약 30%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일본의 총리가 앞장서서 비상 대책을 내놓는 모습을 보는 우리의 심경은 다소 착잡하다. 한국은 이미 2019년 이후 수도권 거주 인구가 전체의 50%를 넘었다.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1995년 770만 명이었던 경기도 인구는 지난해 1358만 명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부산의 인구는 1995년 38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에는 332만 명까지 줄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반도체 인력 양성을 명분으로 수도권 대학 정원 규제까지 해제하려고 드니 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지역 균형발전은 저출산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맞서려면 탈수도권 집중과 균형발전이 절실하다. 새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고향사랑기부제’ 사례가 한·일 간의 인식 격차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일본은 지자체 간 세수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지방재정 확충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는데도 우리는 제도 도입 자체가 너무 늦었다. 인구 감소로 국가 소멸까지 거론되는 판에 언제까지 일본만 계속 쳐다봐야 하는가. 이제는 일본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인구 분산 정책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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