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협 임원, 회식 자리서 직원 성추행 의혹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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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접촉에 성희롱 발언도”
추가 피해 폭로 등 이어져

부산 남부경찰서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남부경찰서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신협 지점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들이 간부의 성추행을 잇따라 폭로하고 나섰다.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가 사내 주요 간부이다 보니 장기간 이어진 괴롭힘에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8일 부산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신협 근무자인 여성 A 씨는 지난 1년 간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60대 상임이사 B 씨를 고소했다.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A 씨는 “B 씨가 회식 자리서 허리와 손을 감싸며 강제추행을 했다”며 “B 씨가 인사권과 경영권을 모두 쥐고 있어 그간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부서 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B 씨가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으며, 회식이 열린 주점의 다른 테이블에서 쉬고 있을 때도 B 씨가 따라와 추행했다는 게 A 씨의 증언이다.

이후 A 씨는 즉시 항의한 뒤 일행이 있던 테이블로 돌아가 성추행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회식이 파행됐다. 하지만 B 씨는 귀가하던 A 씨가 탄 택시의 앞좌석에 억지로 동승해 집 부근까지 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B 씨가 사건 발생 이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 알지?” 등의 언어적 성희롱을 했고, A 씨가 나오는 사진을 메신저로 A 씨에게 보내며 희롱해 왔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B 씨는 다른 직원들을 통해 A 씨와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러다 B 씨는 지난달 25일 자신의 아내와 함께 A 씨의 자택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고 전해진다. A 씨는 “가족 모두가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데도 사건을 무마하려는 B 씨의 비상식적인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고소 사실이 알려지면서 추가 피해자들의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 B 씨의 성추행 행위가 장기간 이어졌다고 주장하는 C 씨는 “B 씨가 옛날부터 여성 직원들을 데리고 노래방에 가서 블루스를 추게 했다”며 “따로 있을 때는 손을 잡고 껴안는 등 추행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직원 D 씨도 “술자리를 하다가 다른 직원이 화장실을 가거나 하여 단둘이 남았을 땐 옆자리에 앉아서 어깨동무를 하면서 얼굴을 가까이 밀착시키고, 피하면 힘으로 더 끌어당기곤 했다”고 증언했다.

D 씨는 “가족에게 사실을 털어놓기 힘든 기혼 여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성추행 행위를 계속해 왔다”고 전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B 씨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부산일보〉 취재진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B 씨는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신협 관계자는 “B 씨가 최근 제주도 출장에서 돌아왔으나 그 이후의 동선을 일일이 파악할 순 없다”면서도 “감사부서에서 자세한 경위를 파악 중이며 차후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 밝혔다. 신협 중앙회에서는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9일 감사를 시행할 예정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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