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국회의원 본회의 안건마다 ‘묻지마 찬성’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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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81건 표결 분석 결과
여야 의원 대부분 ‘거수기’ 전락
당론·상임위 합의 등 주요 핑계
하태경·서병수·박수영·조경태
2~9건 법안 반대투표 체면치레

사진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에 항의하며 퇴장해 국민의힘 의원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에 항의하며 퇴장해 국민의힘 의원석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부산 국회의원 대부분은 국회 본회의에서 ‘거수기’ 역할에 ‘충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일보〉 분석 결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법안 통과의 마지막 관문인 본회의 안건 투표에서 ‘묻지마 찬성’으로 일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신으로 반대표를 행사한 의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극소수였다. ‘소신 부족’을 넘어 ‘고민 부족’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가결+부결)된 581건의 안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단 2건(한국전력법 개정안, 노웅래 체포동의안)이었다. 이 가운데 전자투표로 진행돼 개별 의원의 ‘반대표’를 확인할 수 있는 법률안 등 의안 가운데 부결 안건은 단 1건(한전법)뿐이었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올라온 안건이 대부분이고 ‘소수 여당’이 반대 안건에 투표 대신 ‘불참’ 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의원은 본회의에서 당론이나 상임위원회 합의를 핑계로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소수에 그쳤다.

개인별 반대투표 확인이 가능한 안건에 대해 부산 국회의원 18명의 투표 결과를 확인해 보니 반대투표를 한 경우는 매우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산 의원들의 본회의 반대투표는 0~1건에 불과했다. 최인호 의원은 반대투표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전재수·박재호 의원은 ‘한전법’ 1건에 반대투표를 했다. 한전법은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높이는 내용의 법안으로 국회에서 부결된 이후 거센 후폭풍이 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8일 본회의에서 부결된 한전법은 12월 28일 다시 부의돼 결국 통과됐다.

국민의힘 소속 부산 의원도 ‘의사일정’ 관련 안건을 제외하면 법안에 ‘반대투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국민의힘 의원 가운데 김희곤·김도읍·백종헌·전봉민·정동만 의원은 의사일정을 제외한 안건에 반대투표가 아예 없었다. 이헌승·김미애·이주환 의원은 반대투표가 단 1건이었다.

부산 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반대표(의사일정 안건 제외)를 던진 의원은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새마을금고법, 식품산업진흥법, 건설산업기본법 등 9건의 법안에 반대투표했다. 국민의힘에서 대표적인 ‘소신파’인 하태경 의원도 군사기밀보호법, 국방개혁법, 야생동물보호법 등 7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다선 의원도 반대투표가 많았다. 서병수 의원(5선)은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7건에 반대투표를 했고 조경태 의원(5선) 의원도 직업능력 개발법 등 6건에 반대투표했다.

국회 본회의 안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무소신 투표’는 부산 의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본회의 찬반 표명은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인 의원들의 당연한 권리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회 본회의에서 수십 건의 법안이 무더기로 처리되는 일이 일상화되고, 치열한 논의 없이 통과되는 상황은 큰 문제다. 개별 의원들은 안건을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찬성표를 행사하기도 한다. 당론이나 여야 합의를 핑계로 국민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과정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나아가 반대표 실종은 소신 이전에 법안에 대한 관심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중진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반대 투표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나름대로 정치력을 보이고 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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