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군, 원주민-이주민 갈등 해결 ‘팔 걷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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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단체마다 자체 정관·규약 제각각
법적 통일성 부족·불합리한 내용도 다수
군, 보편타당 정관·규약 표준안 마련 권고

경남 남해군이 원주민-귀촌인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보편타당한 정관·규약 표준안을 마련했다. 남해군 제공 경남 남해군이 원주민-귀촌인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보편타당한 정관·규약 표준안을 마련했다. 남해군 제공

전국 군 단위 지자체들이 인구 증가를 위해 귀농·귀어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잦은 갈등 탓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많았는데, 경남 남해군이 대책 마련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남해군 창선면의 한 귀촌인 A 씨는 지난 2021년 11월, 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마을회의 불합리한 요구 때문이었다.

A 씨는 귀농 후 마을 주차장에 요트 트레일러를 세워 놨는데 마을회에서 이를 제지하자 어쩔 수 없이 트레일러를 옮겨야 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주민들의 차량이 아닌 어르신들이 자연 건조를 위해 깔아 놓은 곡물더미였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남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마을주민은 A 씨에게 “이곳은 귀촌인이 사용하는 곳이 아니다. 이사 왔다고 다 마을 주민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가 난 A 씨는 군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군이 나서 계도를 했다.

지난해 8월 미조면의 한 마을에서도 원주민과 귀촌인 간 갈등 사례가 발생했다. 마을회에서 외지인들에게 환경정화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것인데, 정작 마을회에서는 돈을 내지 않으면서 논란이 됐다. 역시 군에서 계도에 나서 정리가 된 사안이다.

한 귀어인 B 씨는 “남해군에 들어와 산지 7~8년 정도 지났다. 처음에는 생각보다 장벽이 심해 마을주민들과 친해지기 힘들었다. 배를 계류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현재 남해군에는 80여 개의 유관 기관·단체, 221개의 마을회, 111개의 어촌계가 자체 정관과 규약 등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남해군 제공 현재 남해군에는 80여 개의 유관 기관·단체, 221개의 마을회, 111개의 어촌계가 자체 정관과 규약 등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남해군 제공

현재 남해군에서는 80여 개의 유관 기관·단체와 221개의 마을회, 111개의 어촌계가 자체 정관과 규약 등을 제정해 운영 중에 있다. 그런데 군이 검토해보니 법적 통일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내용들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마을회에서 운용하는 마을자치규약의 경우, 제정된 지 오래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불합리·불평등한 규정으로 원주민과 귀농·귀어인 간 갈등을 유발해 왔다. 특히 마을대표 선정 절차 문제나 마을공동재산 관리, 회계 운영의 불투명성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잦은 분쟁은 귀농·귀어의 장벽이 되고, 결국 지자체의 인구 늘리기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군은 불합리하거나 관행화된 정관·규약을 개선하도록 보편타당한 정관·규약 표준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일선 기관·단체·마을회·어촌계 등에서 해당 표준안을 활용해 정관·규약을 제·개정하도록 권고했다.

마을회 자치규약의 경우 ‘주민’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고, 마을 주민 누구나 자율적으로 마을회원 가입이 가능하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또 마을회 공동재산 관리와 변동내역의 마을총회 보고를 명시하고, 수익 발생 시 그 분배에 있어서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결정하도록 명시하도록 하는 등 마을회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중점을 뒀다.

최근 일부 시·군에서 ‘마을자치 규약 표준안’을 마련해 배포하고 있지만, 군처럼 유관 기관단체 운영 정관과 규약 등을 전면 재검토해 유형별로 표준안을 만든 사례는 드물어서 그 실효적 효과에 기대감이 쏠린다.

김원근 남해군 기획조정실장은 “투명하고 공정한 정관․규약이 마련돼 회원 간, 주민 간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되는 갈등 요인을 해소하고 주민화합과 올바른 주민자치가 확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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