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스티로폼 외벽 마감재 ‘불쏘시개’ 역할… 순식간에 건물 삼켜(종합)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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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비트공법 건립 서면 주차타워
30여 명 연기 흡입, 70명 대피
외장재 낙하 인근 상가 옮겨붙어
오피스텔 확산 땐 대형사고 위험
부산 재발 방지 전수조사 시급

9일 오전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 연기로 뒤덮혀 있다. 불은 1시간여만에 초진 됐지만 인근 상가 건물로 번져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 부산소방은 불이 나자 입주민 등 73명의 대피를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6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35명도 단순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진 기자 kjj1761@ 9일 오전 부산진구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 연기로 뒤덮혀 있다. 불은 1시간여만에 초진 됐지만 인근 상가 건물로 번져 소방당국이 진화 중이다. 부산소방은 불이 나자 입주민 등 73명의 대피를 유도했고, 이 과정에서 6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35명도 단순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이른 아침 부산 도심의 한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해당 주차타워 건물 외벽은 불이 잘 타는 가연성 소재인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돼 불이 삽시간에 건물 고층부로 번졌다. 화재가 인근 상가로 번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하면서 지자체가 화재 취약 건물에 대해 적극적으로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32분 부산진구 부전동 한 23층짜리 오피스텔 주차타워에서 불이 나 오후 2시 37분 완전히 꺼졌다. 소방은 신고 접수 후 50여 분 만에 큰불을 잡았다. 그러나 불이 옆 상가로 옮겨붙어 오전 8시 6분 대응 단계를 2단계로 격상했고 소방대원 286명, 경찰 130명 등 총 520여 명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이 불로 주민 7명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등 병원으로 옮겨졌고 30여 명은 연기를 흡입해 고통을 호소했다. 불이 빠르게 번지자 오피스텔과 상가 입주민들 7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불은 인근 상가 1층 가게 일부를 태우는 등 재산 피해를 냈다. 화재가 발생한 주차타워는 차량 170여 대를 수용 가능한 크기로 화재로 인한 정확한 피해는 소방이 확인 중이다.

오피스텔 주민 이윤희(22) 씨는 “아침에 화재 대피 방송이 들렸는데 불이 이렇게 심하게 난 줄 몰랐다”며 “복도에서 불이 났다고 소리치는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다들 급하게 밖으로 대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차타워에서 오피스텔로 불이 옮겨붙었으면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550여 세대가 거주하는 오피스텔동과 주차타워 건물이 붙어있는 구조다. 불길이 그나마 주차타워 우측 외벽만 타고 올라가면서 대형 참사는 피했다. 경찰과 소방은 10일 합동 감식을 통해 최초 발화 지점과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소방은 건물 외벽 가연성 마감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주차타워의 기본 구조는 철근 콘크리트지만 외벽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소방은 추정한다. 드라이비트는 건축 시공법 중 하나로, 스티로폼에 시멘트를 바른 단열재를 외장용으로 쓰는 방식이다. 불연성 외장재 마감 공법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공사 시간도 단축돼 많이 사용된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화재에 굉장히 취약해 피해를 키우는 원인으로 항상 지적됐다. 2015년 130여 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낸 의정부 도시생활형주택 화재와 2017년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화재도 건물이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져 피해가 커졌다. 2018년 1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김해시 원룸 화재도 같은 이유였다. 현행법상 3층 이상 건축물은 외벽 마감재로 불에 잘 타지 않는 자재를 쓰도록 돼있다. 이번에 불이 난 주차타워는 2000년에 허가돼 2004년 사용승인이 떨어졌고, 당시 마감재에 대한 규제는 없었다.

부산진소방서 최해철 현장대응단장은 “건물 외벽은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V자 형태로 외벽이 그을린 것으로 보아 저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한다”며 “주차타워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던 것은 확인했지만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선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가연성 마감재에 대한 불안감이 높지만 부산시에는 외장재 등 건축물 전반에 대한 기초 통계자료조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는 2017년 제천 화재 당시 건축물의 외장재를 파악하는 전수조사를 진행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태 파악한 자료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 관계자는 “30층 이하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만 조사를 진행하다가 지자체의 인력과 예산 문제로 조사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오피스텔 주차타워 화재를 계기로 건물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시행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류상일 교수는 “주차타워는 통상 1층이 뚫려 있는데 1층에서 공기가 유입되면서 불이 위로 크게 번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화재를 차단할 수 있는 ‘층간 구획’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조사를 하고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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