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스마트노드’… 제작 공법 논란 불씨는 여전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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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파사드’ 논란

공법 두고 시공사·설계사 갈등
준공시기 2025년 12월로 지연
비용 2500억→ 3050억 증액
기술자문위는 ‘폴딩 공법’ 추천
“스마트노드 계속 추진 납득 안 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으로

부산항 북항재개발사업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 파사드(정면부) 제작공법이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결론 났지만,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다. 북항 오페라하우스 공사 현장. 정종회 기자 jjh@ 부산항 북항재개발사업 랜드마크인 오페라하우스 파사드(정면부) 제작공법이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결론 났지만, 여전히 논란을 낳고 있다. 북항 오페라하우스 공사 현장. 정종회 기자 jjh@

‘1년 만에 돌고 돌아 결국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부산시가 부산항 북항에 세워지는 랜드마크 부산오페라하우스의 파사드(정면부) 제작 공법 논란을 이번에도 확실히 마무리짓지 못 했다. ‘오페라하우스를 제대로 지을 수 있는 공법이 무엇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듣고 결론을 내겠다’는 당초 기술자문위원회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오페라하우스는 북항재개발지구 2만 9542㎡ 부지에 지하 2층~지상 5층, 연면적 5만 1670㎡ 규모로 지어지는 세계적 수준의 공연예술센터다. 대극장 1800석, 소극장 300석 등으로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공연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2012년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노르웨이 스노헤타사와 일신설계가 설계를 맡았고, 2018년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때는 오페라하우스 완공 목표 시기가 2023년 2월이었다.

하지만 현재 공정은 40%에 불과하다. 오페라하우스의 상징인 ‘진주를 품은 조개 형상’을 본뜬 파사드를 구현하는 일이 설계만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는 파사드를 ‘고난도 3차원 비정형 입면디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파사드 제작에만 현재까지 408억 원의 예산이 든 것으로 추산됐다. 원 설계에는 파사드를 ‘트위스트 공법’으로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2019년 초 시공사 측이 일찌감치 ‘불가’ 의견을 냈다. 설계사와의 갈등도 이때부터 시작돼 공정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됐다. 2020년 3월 시 건설본부가 시공사 측에 대안설계를 지시했고, 여기서 나온 것이 ‘폴딩 공법’이다. 하지만 이 공법에는 설계사 측이 동의하지 않았다.



2021년 8월부터 4개월간 최적의 공법 검토를 위한 콘테스트가 시 건설본부 주관으로 열렸고, 4개 공법(트위스트, 폴딩, 볼노드, 스마트노드)을 놓고 검토한 결과 지난해 1월 스마트노드 공법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설계사 측이 3D 입체 도면을 그려 내지 못했다. 시공사는 기초구조물 공사를 진행하면서 3D 설계도를 기다렸지만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공사기간 연장과 사업비 증액 등이 다시 도마에 오르자, 시 건설본부는 지난해 11월 부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강력한 질책을 받았고, 시는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한 10명의 기술자문위원회를 꾸렸다.

9일 발표된 시의 파사드 공법 검증 최종 결론은 ‘다시 스마트노드’다. 기술자문위 부위원장이었던 임경모 시 도시계획국장은 “폴딩과 스마트노드가 위원들 사이에서 주요하게 제안됐다. 모두 현장 시공이 가능하나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건설본부에서 이미 선정한 스마트노드에 대해 공법 문제점 보완 등 조건을 내걸어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스마트노드 공법을 우선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기술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A 교수는 “폴딩공법은 사실 현 시점에서 안 해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전문가 7인 중 대다수가 폴딩공법을 추천했다”면서 “콘테스트에서 선정됐다고 해서 스마트노드로 계속 추진한다는 것은 솔직히 납득이 안 간다”고 전했다.

부산시의회 박철중(수영구1) 시의원은 “결국 폴딩 공법으로 갈 건데 연착륙하는 계획을 염두에 두고 발표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시 입장에서는 콘테스트도 했고 설계비도 책정했고, 건설 관련 법상 절차 등에서 쉽게 돌이키기 힘든 부분일 수 있기 때문에 6개월가량 실제적인 검증을 통해서 이 공법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줘야 계약 등을 파기하는 근거가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스마트노드 추가 검증을 하는 기관이 기술자문위원회가 아닌 시 산하 건설기술심의위원회로 바뀌어서 제대로 검증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30여 년 건설업계에 종사했으며, 건설관리(CM)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박 의원은 행정문회위원회 소속으로 지난해 9월 오페라하우스 파사드 제작 공법 관련 시정질문을 한 바 있다.

결국, 수년에 걸쳐 이어 온 파사드 제작 공법 논란과 갈등의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가게 된다. 준공 시기는 2023년 2월에서 2025년 12월로 연기됐고, 이에 따라 예산도 2500억 원에서 3050억 원으로 수백억 원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한편 시는 지난해 12월 말 명예퇴직한 이병동 전 건설본부장에 대해 이달 중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 청렴감사관실 관계자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 지연 등에 대한 책임자 문책 차원”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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