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모셔 오기 진심 울산시… 공무원, 현장서 출근 도장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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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허가 전담팀 현대차 파견
석유화학 지원팀 구성 운영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최두표(오른쪽 두 번째) 울산시청 사무관과 최금석(왼쪽 두 번째) 주무관이 현대자동차 총무팀 직원들과 전기차 신설공장 인허가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최두표(오른쪽 두 번째) 울산시청 사무관과 최금석(왼쪽 두 번째) 주무관이 현대자동차 총무팀 직원들과 전기차 신설공장 인허가 사항을 협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최두표 울산시청 사무관과 최금석 주무관이 현대차 총무팀 직원들과 전기차공장 신축 업무 등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최두표 울산시청 사무관과 최금석 주무관이 현대차 총무팀 직원들과 전기차공장 신축 업무 등을 논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울산시 제공 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울산시 제공


울산시청 자동차조선산업과 소속 최두표 사무관과 최금석 주무관은 매일 시청이 아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으로 출근한다. 지난해 9월 7일부터 현대차 공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으니 올해로 넉 달이 넘었다. 이들은 울산시에서 삼성SDI공장 신설 같은 인허가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로, 이번에 30여 년 만에 새 공장을 짓는 현대차를 전담 지원하라는 특별 임무를 맡았다. 무엇보다 공장 인허가 절차를 최대한 앞당겨 완수하라는 것.

최두표 사무관은 “현대차로 파견될 때 (김두겸 울산시장으로부터) ‘마치 현대차 직원이 된 것처럼 일하고, 복장이나 행동도 울산시 공무원으로서 부끄럽지 않도록 잘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현대차 전기차공장이 빨리 신설될수록 울산 시민과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거란 생각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조 원을 들여 울산공장 내 주행시험장 28만 ㎡ 부지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25년 하반기 준공이 목표다. 보통 대규모 공장을 조성하려면 인허가 기간만 2년 넘게 걸리는 데 시의 전폭적 지원 아래 절반 이상 줄이겠다는 것이다. 전기차공장이 완공할 경우 2000명 이상의 새 일자리가 생긴다.

현대차 직원들의 반응도 좋다. 최 사무관이 건축허가 등 복잡하고 난해한 인허가 절차를 족집게처럼 설명하고 구청이나 시청에도 동행하며 길잡이 역할을 자임하면서다. 현대차 울산총무팀 이진우 책임매니저는 “울산공장에 파견 온 공무원들이 각종 프로젝트의 인허가 절차나 법적 사항에 대해 컨설팅해주는 덕분에 공장 신축 일정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업무 속도도 빨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공장 인허가를 받지 못해 관청에서 애를 먹거나 발이 닳도록 오가는 일이 적어도 울산에서는 옛말이 됐다. 현대차 사례처럼 지자체가 인허가 문제로 공무원을 기업체에 장기 파견한 것은 전국에서 울산이 처음이다. 오히려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며 울산시가 공장 유치에 더 필사적이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연관 부품 전용 단지가 필요하다면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어서라도 관련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수시로 언급할 정도다.

시는 올해 들어 현대차 울산공장이 50여 년 간 골치를 앓던 생활용수 공급 문제도 해결해줬다. 현대차는 1968년 울산공장 건설 당시 공업용수를 공급받아 자체 정수 처리해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낙동강 원수의 수질이 나빠지면 각종 수질 사고에 노출되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고 한다.

사태 해결에 나선 시는 최근 노후화와 활용성 미비 등으로 폐쇄하려던 염포배수지를 현대차 전용 배수지로 활용, 개선 공사를 거쳐 올해부터 상수도 공급을 시작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식수설비를 새로 설치하지 않아도 돼 투자 비용 119억 원을 아낄 수 있고, 울산시도 하루 5000㎥ 규모 상수도를 현대차에 공급해 연간 13억 원 수익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시 관계자는 “기업체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상생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또 국내외 석유화학기업의 신규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자 ‘석유화학기업 지원 특별팀’을 꾸리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특별팀은 에쓰오일(S-OIL)의 샤힌 프로젝트, 에쓰케이(SK)가스의 울산 지피에스(GPS) 가스복합화력 발전사업 등 울산에서 이뤄지는 석유화학기업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지난해 석유화학기업의 울산지역 투자 규모는 15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전담팀은 울산시 산업국 소속 5·6급 공무원 3명으로 구성해 사업 초기 단계인 부지 조성부터 환경·재해 등과 관련한 각종 영향평가까지 사업 전반에 걸쳐 자문하고 물론 필요할 경우 해당 기업에 중·단기 인력 파견도 추진한다. 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화물열차 운행 중단으로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 내에 방치된 장생포선, 울산항선 등 철도부지를 인접 기업체가 공장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국가철도공단과 협의하고 있다.

장생포선의 경우 면적 2만 7000㎡, 연장 1.9km로 과거 SK에너지와 한국석유공업 등 인근 공장의 물류 이동을 위해 사용했다. 하지만 도로망 개선 등으로 효용성이 떨어지자 2018년 1월부터 열차 운행이 멈췄다. 해당 철도노선과 인접한 한국바스프 등 10여 개 기업체는 철도노선 때문에 공장 증설이나 확장에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또 울산항선에 대해서도 올해 8월부터 수소 전기트램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이 사업이 끝나면 기업체 수요조사를 시작해 역시 활용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울산항선은 면적 7만 8000㎡, 연장 3.2km 규모로 지난해 5월부터 열차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울산의 인구 감소와 경제침체 극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고, 그 해답은 기업 투자유치에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와 같은 규제 개혁과 파격적인 지원 전략으로 기업의 투자유치 활성화에 모든 시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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