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로 인력난 해결?…조선업계 “핵심은 낮은 임금인데”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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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구조조정 거치며 저임금 고착
2018년부터 제조업 평균 임금에도 못 미쳐
도장 분야 신입 퇴사자 절반이 저임금 꼽아
2030세대 유입 독려, 고용유지 지원 절실

조선소 노동자. 부산일보 DB 조선소 노동자. 부산일보 DB

“당장 급한 불은 끄겠죠. 하지만 이대로는 세계 1위 절대 못 지킵니다.”

정부가 조선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숙련공 수급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지만 현장에선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다단계 하청구조로 인한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조선산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통계청 제조업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조선소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임금 사업장이었다. 조선업황이 초호황이던 2007년 10인 이상 사업체 조선업 종사자 1인당 평균임금은 4340만 원으로 제조업 종사자 평균인 2910만 원의 1.5배에 달했다. 1인당 평균임금은 총 임금을 총 종사자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2018년 조선업 4340만 원, 제조업 4470만 원으로 역전됐고 이듬해인 2019년에는 조선업 4020만 원, 제조업 4630만 원으로 격차는 더 벌어졌다. 2020년에는 조선업이 4620만 원으로 반등했지만, 여전히 제조업 평균인 4780만 원에는 못 미치고 있다. 2015년을 기점으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조 단위 손실이 불거지고, 발주 시장까지 얼어붙자 정부가 나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탓이다.

조선소마다 감원 칼바람이 불었고, 경영진은 상여금을 깎고 임금을 동결시켰다. 여기에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잔업과 특근까지 줄면서, 2015년 대비 최저임금은 64.2% 올랐지만 조선 노동자 실질임금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특히 선박 건조의 70% 이상을 책임지는 하청 노동자의 현실은 더 열악했다. 가뜩이나 원청 대비 50~70% 수준이었던 임금이 더 낮아졌다. 이후 최근까지 찔끔 인상에 그쳤다. 이 때문에 지금도 세후 월급이 200만 원 안팎인 노동자가 태반이다.

조선소 노동자. 부산일보DB 조선소 노동자. 부산일보DB

이렇다 보니 앞서 조선소를 떠난 노동자들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은 이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이나 배터리 공장 등 육상 건설 현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 곳은 조선소에 비해 안전하고 일은 수월한데 일당은 최하 18만 원 선으로, 13만~14만 원 수준인 조선소보다 5만 원가량 높다. 달로 치면 100만 원이 넘는다.

조업 현장에선 일감은 넘쳐나는데 정작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서 조사한 <경남 지역 중소형조선사 기능직 필요-부족 인력> 자료를 보면 작년과 재작년 수주한 선박 건조가 본격화하는 올해 2분기부터 전국적으로 1만 명, 경남에서만 최소 3900명 이상을 충원해야 정상 조업이 가능하다. 직무별로 도장공 1290명, 용접공 807명, 전기공 677명, 비계공 587명, 기타 539명이 부족하다. 인력 수요가 정점을 찍는 2024년엔 물량팀을 포함해 8600명 상당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충원은커녕 있는 사람도 못 지키는 형편이다. 관건은 임금이다. 조선협회가 도장 분야 신입 직원 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가 ‘저임금’을 첫 손에 꼽았다. 이어 높은 노동강도(16%), 불투명한 미래전망(13.3%), 열악한 근로환경(9.3%)을 이유로 들었다. 경남연구원도 지난 2일 발간한 <경남지역 조선업 인력수급난 해소 방안> 정책보고서에서 낮은 임금, 높은 산재 위험, 하청업체 임금체불·4대 보험료 미납·다단계 물량팀 고용 관행 법 위반 노동행위 등을 인력 이탈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재풀’은 더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대학(4년제) 조선해양 관련 학과 졸업생 수는 2017년 778명에서 2020년 685명으로 10% 이상 감소했다.

거제지역 대형 조선소 협력사 노동자들이 숙련도 향상 교육을 받고 있다. 부산일보DB 거제지역 대형 조선소 협력사 노동자들이 숙련도 향상 교육을 받고 있다. 부산일보DB

변광용 더불어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은 “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인력난도 풀지 못 한다”고 단언했다. 변 위원장은 민선 7기 시장 재임시절 때도 수주 풍년에도 웃지 못하는 지역 조선업계의 현실을 곱씹으며 ‘핵심은 저임금’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의 임금 수준으로는 숙련 노동자를 지키기도, 새로운 인력을 유입시키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변 위원장은 “위험하고 고된 노동에도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급해서 (외국인력을)데려오지만, 숙련도도 떨어지는 데다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어 익숙해질만 하면 나가야 한다. 저임금 구조의 획기적 개선과 협력사 하청 단가 인상에 대한 양대 조선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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