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남 농산물 인천공항 수출 강요하는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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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농가 물류비 상승 등 온갖 고충
홀대 멈추고 편협한 항공정책 품 넓혀야

농산물을 수출하는 경남 지역 농가들이 코앞의 김해공항을 두고 5시간이나 소요되는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는 탓에 물류비 상승 등 지역 홀대의 고충을 겪고 있다. 김해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부산일보DB 농산물을 수출하는 경남 지역 농가들이 코앞의 김해공항을 두고 5시간이나 소요되는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는 탓에 물류비 상승 등 지역 홀대의 고충을 겪고 있다. 김해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항공기. 부산일보DB

경남 지역의 농산물 수출 농가들이 바로 코앞에 있는 김해공항을 두고 5시간이나 걸리는 인천공항을 이용해야 하는 까닭에 물류비 상승과 신선도 하락의 고충을 겪고 있다고 한다. 수출 전용기는 인천공항에서만 이용 가능하고 국적기인 대한항공이 김해공항에서는 화물 노선을 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하는 수 없이 거리가 가장 먼 공항을 이용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 상승을 감내해야 한단다. 우리나라 전체 신선 농산물(딸기, 배, 파프리카, 토마토 등) 수출의 25% 이상을 담당하는 곳이 경남이라는 점에서 지역 홀대의 또 다른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 배려가 없는 인천공항 중심 정책이 지역 농민의 고단한 노동의 몫까지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농민들이 김해공항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독점적인 항공편 때문이다. 기존 여객기에 화물을 최대한 많이 싣는 구조다 보니 대한항공이 결국 승객이 많은 인천공항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김해공항에서 화물 노선을 운행하면 좋겠지만 이런 독점 구조 아래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항공의 화물 운송료는 자국으로 돌아가는 외항사 항공기에 비해서도 비싼 편이라고 한다. 인천을 경유해야 하는 만큼 수출 날짜는 길어지고 농민들은 비싼 운임을 주고도 판매 수익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김해공항을 이용하면 1~2일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데 어째서 이런 불합리한 노선 때문에 지역 농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 인천공항 국제선 항공화물 점유율은 전체의 98%에 달해 독점 체제라 봐도 무방하다. 여객은 물론 화물까지 몰리는 인천공항의 혼잡을 해소하려면 인천공항의 물류 부담을 줄이고 다른 공항의 능력을 빌리면 된다. 공항 규모나 활주로 크기가 작은 김해공항보다는 국제물류 공항으로서 지리적 위치나 규모, 수요 면에서 가덕신공항이 그 대안의 자격을 충분히 지닌다고 본다. 정부가 지역 농가의 아픔을 알고 수출 길을 지원하려는 일말의 진정성이라도 있다면 독점적인 물류수송 체계를 바꾸는 게 근본적인 방안이다.

이는 결국 인천공항에 맞춘 정부 항공 정책의 방향 전환과도 관련된 문제다.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대한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3사를 통합해 인천을 항공사 허브공항으로 삼을 작정이다. 그렇게 ‘지방공항 허브 구축’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부산의 여망이 무시당했는데, 더 이상 홀대를 인내할 수 없다는 게 지역민의 들끓는 심사다. 농가의 수출 길이 반드시 국적기와 인천공항을 통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국적기 이용률을 낮추고 김해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는 당장 정책적 고려에 나서라. 지역 농민들도 한 국가의 엄연한 국민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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