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김해공항 놔두고 인천공항까지… 딸기 수출 농가의 한숨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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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량 중 경남 농가 비중 92%
대한항공 수출전용기는 인천뿐
더 비싼 운임 내고 더 늦게 운송
지체 고려해 미숙과 수확 일쑤
김해공항으론 항공화물 역부족

딸기 등 신선농산물 수출 시 농민들이 가까운 김해공항 대신 먼 인천공항을 통해 항공화물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수출 농가의 딸기. 김현우 기자 khw82@ 딸기 등 신선농산물 수출 시 농민들이 가까운 김해공항 대신 먼 인천공항을 통해 항공화물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한 수출 농가의 딸기. 김현우 기자 khw82@

“딸기 수출이 너무 힘듭니다. 1시간 거리에 있는 김해공항을 두고 왜 5시간 걸리는 인천공항까지 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경남지역 신선농산물 수출 농민들이 농산물 수출 시 대부분 가까운 김해공항 대신 인천공항에서 항공화물을 이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운임 비용 상승과 품질 저하 등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해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경남도와 신선농산물 수출 농가 등에 따르면 경남 지역 신선농산물(딸기, 배, 파프리카, 토마토 등) 수출량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량의 약 25%를 차지한다. 특히 딸기의 경우 국내 전체 수출량의 92%를 경남에서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겨울철 핵심 수출 농산물인 딸기는 유통기간이 7일 안팎으로 짧기 때문에 인천공항을 통한 수출은 딸기 농가에게 심각한 타격이다. 예를 들어 농민이 아침에 수확해서 오후 4~5시쯤 화물트럭 등에 선적해 출발하면 다음날 새벽에야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딸기를 항공기에 실으려면 또 저녁까지 기다려야 한다. 늦으면 다음날 오전쯤에야 수출길에 오를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 도착해 현지 시장에 비치되기까지 하루 이틀이 더 걸린다고 가정하면, 정작 판매기간은 이틀이 채 되지 않는다. 반면 김해공항을 이용하면 수확 다음날 수출길에 오를 수 있어 하루나 하루 반나절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농민들로선 더 비싼 운임비를 들여 더 늦게 현지에 수출하는 셈이다.

딸기 품질에 있어 24시간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원래 딸기는 식물에 달린 상태에서 완전히 숙성되면 가장 달콤한데, 수출 농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덜 익은 미숙과를 딴다.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는 3~4월이 되면 저장성이 더 떨어지기 때문에 아예 새파란 상태로 수출되는 딸기가 허다하다. 경남 진주시의 한 농민은 “미숙과를 따면 맛이 없다고 하지만 수출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 현지에서 반응이 좋지 않아도 미숙과를 딸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들이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인천공항에서 수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김해공항에서 항공화물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딸기수출 농업회사법인 ‘케이베리(’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이 딸기 수출 화물 전용기를 운영하는데, 인천공항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전용기라고는 하지만 기존 여객기에 딸기 화물을 최대한 많이 싣게 해 주는 구조다 보니 결국 승객이 많은 인천공항을 고수하는 것.

김해공항의 경우 활주로의 한계 등으로 노선이 제한돼 있는데다 외항사 대부분이 저가 항공사여서 규모가 작은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어 항공화물을 이용할 여건이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다른 농민은 “대한항공 화물료는 외항사보다 kg당 1000원 정도 더 비싼 편이다. 최근에 인건비가 크게 올라 부담스러운데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비싼 운임료까지 감당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수출 농가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국제물류공항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갖춘 가덕신공항의 조기 개항 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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