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찰, 탄광마을 점거 기후활동가 퇴거 조치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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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체라트 지역 석탄 채취 둘러싼 갈등
청소년 환경운동가 툰베리, 방문 예고

11일 독일 뤼체라트에서 탄광 채굴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농성 중 경찰관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 독일 뤼체라트에서 탄광 채굴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의 농성 중 경찰관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독일 경찰이 11일(현지시간) 기후활동가들이 점거한 독일 서부의 작은 탄광마을 뤼체라트 철거에 나섰다.

기후활동가들은 마을이 철거되고 인근 탄광에 매장된 석탄이 채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뤼체라트를 2년째 점거중이다. 이날 경찰은 인근 지역의 지원을 받아 수백 명이 집결해 철거 작전을 개시했다. 녹색당 소속인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장관은 철거의 정당성을 옹호하면서 폭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베크 부총리는 “아무도 살지 않는 뤼체라트는 내 관점에서 봤을 때 잘못된 상징”이라며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되며, 경계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기후활동가들이 바리케이트 등 장애물로 철거에 저항하면서 양측 충돌이 이어졌다. 마을의 한 주택에서는 경찰을 향해 빈 병이 날아들었고 기후활동가들은 지붕으로 올라가 돌과 폭죽을 던졌다고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보도했다. 화염병도 등장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뤼체라트 마을이 다시 안정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200명의 기후활동가가 자발적으로 현장에서 철수했다. 경찰은 권한이 없는 사람이 진입할 수 없도록 이 일대를 차단하고, 갈탄이 매장된 지역에 1.5km 길이의 울타리를 세우는 데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뤼체라트 마을 표지판도 철거했다.

스웨덴의 세계적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19)는 오는 14일 뤼체라트를 방문해 시위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dpa통신이 전했다. 툰베리는 2021년 9월에도 뤼체라트를 방문, 석탄 채굴에 반대하고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언급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을 지킬 것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뤼체라트가 있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는 탈석탄 목표 시기를 2030년까지로 잡아 독일 전체보다 8년 앞당기기로 했다. 탈석탄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운영사인 RWE가 뤼체라트 마을 인근 가르츠바일러 탄광을 조기에 폐쇄하는 대신 마을을 철거하고 지하에 남은 석탄을 채취해 발전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지난해 10월을 끝으로 주민들의 이주를 마친 뤼체라트 마을의 주택과 토지는 이미 RWE 소유다.

기후활동가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 지점이다. 이들은 석탄 채취를 위한 뤼체라트 마을 철거를 막기 위해 이 일대를 점거하고 산책, 콘서트 등을 하며 평화시위를 해왔다. 연합뉴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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