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협력사, 수출 늘어도 물류비에 고사 위기(종합)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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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공장. 부산일보DB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조립공장. 부산일보DB

6만여 명이 종사하는 부산 자동차 부품업계가 설 연휴를 앞두고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 이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급증하는 바람에 완성차 업체인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수출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수출길이 막히자 협력업체까지 생산을 줄인 데다 자칫 내년부터 부산 물량이 유럽으로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며 자동차 부품업계 전체가 비상이다.

르노코리아자동차 협력업체인 신흥기공의 지난달 공장 가동률은 평소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11월까지 잘 돌아가던 공장에 한기가 돌기 시작한 건 원청업체인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막대한 수출 물류비 때문에 골머리를 싸맨 이후부터다. 신흥기공 나기원 대표는 “물량은 몰리는데 물류비가 늘어 생산을 못하는 실정”이라며 “르노그룹의 스페인공장과 부산공장 인건비가 비슷하기 때문에 행여 물류비 문제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그쪽으로 물량을 다 뺏길까 봐 다들 걱정”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부산 최대의 수출기업이다. 부산 수출액 중 15% 안팎이 르노코리아의 몫이다.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전년보다 63.3% 증가한 총 11만 7020대를 생산하며 코로나 종식을 알렸다. 그러나 선사 부족과 물류비 급증이 르노코리아와 협력업체의 발목을 잡았다. 3년 넘게 위축됐던 세계 물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수출 선사 수요가 급증했다. 자동차 1대당 80만 원 선이던 수출 비용이 지난해 말 200만 원을 넘어섰다.

정부도 수출 물류 지원에 팔을 걷었지만, 온기가 지역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는 전용 선사를 갖춰 큰 어려움 없이 수출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렇지 못한 르노코리아는 선박을 확보하지 못해 고운임을 주고도 배를 못 구해 발을 구르는 실정이다.

르노코리아와 협력업체가 가장 우려하는 건 연간 11만 대에 달하는 부산공장의 수출 물량을 유럽에 뺏기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까지야 수출 호조가 이어지겠지만 물류비가 최대 3배까지 오르면서 그룹 본사의 물량 배분도 바뀔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공장은 2020년 연 10만 대를 생산하던 2020년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끝난 후 물량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르노코리아자동차 협력업체를 대표하는 ‘르노코리아자동차협력업체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2일 정부와 부산시에 자동차 수출 지원 방안을 촉구하는 호소문까지 발표했다. 정부에는 국적 선사 연결을, 시에는 항만 이용료 인하 등의 실효성 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협의회는 “3년간 자금난 속에서도 각고의 노력으로 사업을 겨우 유지해 왔는데 수출 물량이 다시 줄어 협력업체의 경영 악화와 직원 일자리 상실이 현실화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처했다”며 “정부와 시가 나서 자동차 전용 수출 선박 확보와 수출 물류비 개선, 항만 시설 이용 비용 개선 등을 위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후속 지원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상공계도 르노코리아 협력업체의 어려움은 일부 업체의 애로사항이 아니라 자칫 지역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거들었다.

르노코리아 1차 협력업체 중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하고 중소 협력업체의 종업원 수만 6만 4000여 명에 달한다. XM3 등 부산공장의 주요 수출 물량을 유럽 공장에 뺏길 경우 협력업체 경영 악화와 종업원 고용 불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상공회의소 장인화 회장은 “르노코리아의 수출 경쟁력 악화가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내 선사 연결과 물류비 지원 등이 시급하다”며 “부산상의도 수출업계 전반의 애로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겠다고 약속한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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