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구역 늘린다더니”… 부산시 뒷짐에 노인 안전 '빨간불’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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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시장 사고’ 계기 조례 개정
이후 1년 동안 추가 지정 전무
기존 보호구역 오히려 줄어들어
총 83개로 인천 절반 수준 그쳐

2021년 수영팔도시장에서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이후 노인보호구역 추가 지정이 이뤄지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15일 오전 보행자와 차량이 뒤엉킨수영팔도시장. 양보원 기자 2021년 수영팔도시장에서 교통사망사고가 발생했지만 이후 노인보호구역 추가 지정이 이뤄지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15일 오전 보행자와 차량이 뒤엉킨수영팔도시장. 양보원 기자

부산에서 매년 수십 명에 이르는 고령자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지만, 노인보호구역이 늘기는커녕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시가 노인보호 구역 지정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 자체적으로 노인보호구역 지정이 가능해진 지난해 2월 이후, 추가된 노인보호구역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보호구역은 고령 보행자를 위한 교통 보호 제도로, 구역 내 차량 속도가 시속 30km로 제한되며 주정차가 금지된다. 보호구역 알림 표지판 등 안전시설물도 설치된다. 노인 관련 단체나 시설에서 신청하면 검토 뒤 노인보호구역이 지정됐으나, 2021년 12월 수영팔도시장 내 사고 이후 시의 직접 지정이 가능하도록 조례가 개정됐다. 당시 60대 할머니와 18개월 된 손녀가 승용차에 치여 숨지면서, 노인보호구역을 활성화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조례 개정 후 1년 가까이 추가 지정이 없어 노인보호구역 확대 움직임이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영팔도시장의 경우 노인보호구역 지정 논의가 있었으나 주정차가 금지되면 시장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어, 규제 정도가 약한 ‘보행자 우선 도로’로 지정됐다. 부산시 걷기좋은부산추진단 관계자는 “주정차가 금지되는 것에 대한 주변 상인들의 반발이 심했다”며 “보행자 우선 도로로 지정되면 일단 차량 속도도 시속 20km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노인보호구역 추가 지정이 한 건도 없는 것도 모자라 기존 노인보호구역은 요양원 이전 등으로 인해 85곳에서 83곳으로 오히려 줄어든 것도 문제다. 도로교통공단 집계결과 2021년 기준 부산의 고령자 교통사고 건수는 2025건이고 사망자는 42명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6번째로 많은 수치다. 하지만 노인보호구역 수는 83개로, 2022년 상반기 기준 12번째에 그쳤다. 서울 175개, 인천 159개 등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셈이다. 충남의 경우 부산의 8배가 넘는 692곳을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고령층 비중이 크고 고령자 교통사고도 많은 부산에서 이처럼 노인보호구역이 적은 것은 열악한 교통 인프라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영팔도시장 사례처럼 만성적인 주차 공간이 문제가 되는 지역이 많아, 노인보호구역 지정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산지가 많은 도시 특성상 교통 흐름이 원활하지 못해, 보호구역 증가가 자칫 정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에따라 보행자 보호를 우선시 해야 한다는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수영팔도시장 내 상인들 내부에서도 주정차를 금지하고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게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수영팔도시장 번영회 정판훈 회장은 “갓길에 늘어선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보행자가 가운데로 몰려 위험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보행자 보호를 위해 주·정차를 통제하고 안전한 통행로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관계자는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위험자동감지장치·Ai카메라 등 최첨단 교통안전 장비를 확대 설치하여 고령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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