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일 장애아 어린이집 ‘무대책 폐쇄’ 임박… 원생들은 어쩌나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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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구, 보육 이어갈 방안 못 찾아
근저당 때문에 기부채납 불가능
국공립시설 전환 방안도 불투명
새 운영 주체 물색, 시간상 어려워
폐쇄 취소는 ‘형평성 논란’ 불보듯
“문닫은 다른 시설 활용 등 대안을”

부산사상구청 전경 부산사상구청 전경

속보=보조금 3억 원을 빼돌려 법인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부산 사상구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이 다음달 시설 폐쇄(부산일보 지난해 12월 19일 자 10면 등 보도)를 앞두고 있지만, 사상구청 등은 원아 보육을 어떻게 이어갈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상구청은 2월 말부터 시설 폐쇄 명령이 내려진 사상구 장애아 전문 A 어린이집 건물을 기부채납 받아 운영을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구청은 부산시와 A 어린이집의 기본재산 처분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앞서 A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법인 대표 B 씨는 2017년부터 2022년 2월까지 가족 명의로 직원을 허위 등록해 인건비 3억 여 원을 빼돌린 혐의(사기, 영유아보육법 위반 등)로 지난해 12월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B 씨는 보조금 횡령에 따라 사상구청이 내린 시설 폐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B 씨는 폐쇄처분 취소 소송 기각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구청이 기부채납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A 어린이집이 사상구 유일 장애아 전문 보육시설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아 전문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경사로, 점자블록 등 설비를 갖춰야 한다. 어린이집·유치원 통합공시에 따르면 현재 A 어린이집에는 특수 장애아 32명이 다니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는 어린이집 건물에 ‘사권’이 설정돼 있어 현재로서는 기부채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유재산법에서는 사권이 소멸되기 전까지는 사권이 설정된 재산을 공유재산으로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 어린이집 건물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건물과 토지에 6120만 원 상당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

법인 측이 해산을 감수하면서 기부채납을 결정할지도 미지수다. 어린이집 건물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고 나면, 재단법인의 성립 요건인 기본 재산을 충족하지 않게 된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출연된 재산을 필수요건으로 하는 ‘재단법인’이 자신들의 유일한 재산인 건물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필수요건을 불충족해 그 자체로 법인 해산 사유가 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만약 법인이 해산을 결정하고 이 건물을 지자체에 기부채납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이후 관련 지침에 문제없게 한 뒤 장애아 전문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전향해 운영이 가능하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건물에 사권이 설정돼있어 원칙적으로는 기부채납이 안 된다”고 말했다.

A 어린이집의 시설폐쇄까지 1달 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폐쇄 이후 원아 보육을 어떻게 이어갈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건물에 설정된 사권을 해소하더라도, 구청이 기부채납을 받아 어린이집의 새 운영 주체를 찾는 것도 1달 내 완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청은 2월 말까지 어린이집 폐쇄에 따른 보육 대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어린이집 폐쇄를 취소하는 ‘면죄부’까지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구청이 A 어린이집에 대한 시설 폐쇄명령을 취소하면, 또다른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린이집에서 보조금 횡령은 급식 등 다른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큰 범죄다"며 "폐쇄 처분을 취소하는 것은 상식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상구의회에서는 전원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에 학부모와 아동들에게 피해가 전가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2일 구의회 황수진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그동안 부모들은 국공립 전문 어린이집을 마련하거나, 폐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활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구청에서는 시간만 끌 뿐 다른 실질적 대안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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