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라바루 기자의 시선] 한·일 넘어 아시아 울리는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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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바루 나오코 서일본신문 기자

지난 14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열린 이수현 씨 추모행사에서 학생들이 그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이수현 씨 어머니와 여동생. 지난 14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열린 이수현 씨 추모행사에서 학생들이 그의 묘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이수현 씨 어머니와 여동생.

2001년 일본 도쿄 천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남성을 구하려다 희생된 이수현(당시 26세) 씨를 추모하는 행사가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 주최로 지난 14일 그의 묘가 있는 부산 영락공원에서 열렸다. 일본어를 배우는 고등학생 45명과 일본인 유학생을 포함한 대학생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모임’(약칭 아이모) 회원 26명이 참가해 이 씨의 생애와 유지를 함께 기렸다.

고인은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 동래구에서 자랐다. 중학생 시절부터 음악을 즐겨 고려대학교 재학 중에는 기타리스트로서 활발하게 밴드 활동을 했다. 무역학을 전공하면서 일본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2000년에 도쿄 어학원과 일본어학교에 다니면서 음악을 매개로 많은 일본 친구와 어울렸다고 한다. 꽃다운 청춘을 한창 즐기던 그는 인명구조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졌다.

사고 현장인 도쿄 신오쿠보역 일대는 일본 최대의 코리아타운이 들어서 있고, 지금도 한류문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찾는 곳이다. 그 역 한 구석에 “숭고한 정신과 용감한 행동을 영원히 기리다”고 새겨진 이수현 씨 추모글이 게시돼 있다. 한 인간으로서 순수하게 다른 인간을 구하고자 한 그의 행위는 한·일 친선의 상징이 되어 왔다.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에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에 건너간 한국 대표단도 이 자리를 방문해 헌화했다.

그의 죽음으로부터 22년이 흘렀다. 이번 추모 모임에 참석한 학생 대부분은 이수현 씨가 세상을 떠난 뒤 태어났지만 이수현 씨에 대한 기억을 계승하기 위해 그의 인생을 그린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를 다 같이 감상했다. 영화에는 이수현 씨 인생을 대변하는 듯한 대사가 있다. “영혼이 뒤흔들리면, 영혼이 감동하면, 국경을 넘어서 인간은 하나가 될 수 있을 거야.” 생전 음악으로 가슴을 뒤흔든 이수현 씨는 사후 22년이 지난 지금도 나라를 넘어 우리 가슴을 울리게 한다.

그의 어머니 신윤찬 씨는 “수현이는 우리의 소중한 아들이지만 한·일 친선의 상징이 되었다. 여러분이 사는 세상에서는 양국이 사이 좋게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2년에 사고 위로금으로 만든 장학금은 1000명 이상의 아시아 출신 유학생에게 전달됐다. 이수현 씨는 이제 한·일 국경을 더욱 넘어 아시아의 젊은이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naokonbu19@gmail.com

히라바루 나오코 서일본신문 기자 히라바루 나오코 서일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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