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네마테크 기획전 축소 논란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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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엑스포 유치 위해” vs “본연의 정체성 약화 우려”

영화의전당 올해 운영 방침 변경
해외교류영화제 12개 이상 개최
시네마테크 기획전은 절반 줄여

“기획전 관객 적고 수익률 낮아”
전당 측, 관객 유치용 변화 입장

“전당 정체성에 중요한 공간인데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듯”
지역 영화계선 비판적 목소리

지난해 10월 열린 아프리카 영화제. 영화의전당 제공 지난해 10월 열린 아프리카 영화제. 영화의전당 제공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말까지 열리는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기획전 ‘오래된 극장 2022’ 포스터. 영화의전당 제공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말까지 열리는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기획전 ‘오래된 극장 2022’ 포스터. 영화의전당 제공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이 올해 해외 영화제를 확대하고 시네마테크 기획전은 축소하는 방침을 세웠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지원하고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한다는 명목이지만, 고전·예술 영화를 수집하고 상영하는 시네마테크 본연의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화의전당은 올해 12개 이상 해외 교류 영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기존 7개 영화제에 더해 아세안·캐나다·중남미·일본·스위스 등 5개 영화제를 추가할 계획이다. 올해 3월 아세안, 4월 중남미, 5월 아프리카, 6월 카자흐스탄, 7월 아랍, 8월 캐나다, 9월 스웨덴, 11월 인도, 12월 헝가리 영화제를 열 방침이다. 중국 영화제는 ‘시네마 차이나 인 부산’이 매달 열리고, 일본·스위스는 개최 여부와 시기를 협의한다.

해외 영화제를 늘리는 대신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부산’ 기획전은 절반 이상 줄일 방침이다. 지난해 시네마테크에선 ‘한국 애니메이션 디지털 복원작 특별 상영’부터 ‘오래된 극장 2022’까지 14개 기획전이 열렸다. 올해 영화의전당 예산은 148억 89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6억 2100만 원 늘었지만, 해외 영화제 5개를 열려면 예산과 장소에 한계가 있어 시네마테크 기획전을 축소키로 했다.

보통 해외 영화제는 각국 대사관과 문화원 등과 협력해 개최한다. 서울과 부산 영화의전당 등에서 연이어 여는 경우도 있다. 시네마테크는 불어로 영화보관소를 뜻하며 필름과 영상 자료를 수집하고 상영하는 기관을 말한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출범한 시네마테크 부산은 2011년 영화의전당으로 이전했으며 고전 영화와 예술·독립영화를 선보여왔다.

영화의전당 측은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지원하고 더 많은 관객을 유치하기 위한 변화라는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영화제에 주한아프리카외교단 국가에서 대사 등 관계자가 참석했고,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환영 만찬을 갖기도 했다. 그다음 달에 열린 인도 영화제에는 주한인도대사관, 주한인도문화원, 주한인디아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영화의전당 김진해 대표는 “올해는 2030세계엑스포 유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해외 영화제를 열어) 투표권을 가진 국가 대사들을 초청하려고 한다”며 “시네마테크 기획전은 관객 수가 적고 수익률도 낮은데 오히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영화를 틀어주는 게 많은 시민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 영화계와 관객 등은 시네마테크 본연의 정체성을 잃는 방향이라고 우려를 보낸다. 고전과 독립·예술영화를 선보여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은 시네마테크 기획전을 축소하기 위해 세계박람회를 앞세운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는 “시네마테크는 영화의전당 정체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공간인데 기획전을 축소하면 멀티플렉스 극장 등과 차별점이 희미해질 것”이라며 “오히려 시네마테크 정체성을 강화해 ‘유네스코 영화창의도시’라는 점을 알리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부산 한 영화제 관계자는 “기본적 기능에 충실하고 근간을 지키며 새로운 사업을 하면 좋겠는데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하는 듯하다”며 “외교적 성과는 오랜 시간 지속적인 네트워크를 갖춘 부산국제영화제가 충분히 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부산의 한 영화계 관계자는 “앞으로 부산에서 고전영화를 볼 수 있는 극장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영화의전당 내부에서도 시네마테크는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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