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이어 광역단체장도 ‘나’ 비판
대통령실 “해임은 윤 뜻” 직격탄
나, 공식 일정 모두 접고 잠행 모드
김기현은 여론조사 1위로 상승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세를 굳히는 모습이다. 김 의원이 18일 대전 중구 국민의힘 시당 사무실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집단으로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행보를 비판하고 나선 데 이어 당내 재선 의원들과 자치단체장들까지 비난 대열에 가세하면서 나 전 의원이 사면초가 상황으로 몰렸다. 당내 전방위 압박에 나 전 의원은 미리 잡힌 일정도 접고 잠행에 들어갔다. 그 사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등에 업은 김기현 의원은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밖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세를 굳히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 전 의원 비난 목소리가 전방위로 쏟아지고 있다. 17~18일에는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까지 가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8일 SNS로 나 전 의원을 향해 “장관급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은 지 두세 달 만에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당대표로 출마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전 의원을 “손에 든 떡보다 맛있는 떡이 보인다고 내팽개치는 사람”에 비유하며 거세게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날 “뜬구름 같은 여론조사 하나만 믿고 덤비다가 큰 낭패를 보는 수가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장관 후보) 검증 과정에서 건물 투기 문제가 나왔다는데,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그것부터 해명하는 게 우선순위가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당내 초선에 이어 재선 의원들도 비판 성명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여당 초선 의원 50여 명이 나 전 의원을 향해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마라”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조만간 재선 의원들마저 비판 성명을 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나 전 의원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실제 나 전 의원은 이날 오후에 참석하기로 했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일정을 불참으로 돌리는 등 공식 활동을 접었다. 나 전 의원은 최근까지 활발한 공식 행보를 이어왔다. 그의 측근들은 대언론 단체 대화방을 개설하고 나 전 의원의 공식 활동 사진과 메시지 등을 공개해왔지만 이날은 “공식 일정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 후 관계자들에게 합장으로 인사하며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나 전 의원의 잠행은 친윤계의 압박,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격’ 입장문에 이어 당 곳곳에서 쏟아지는 비판 목소리 때문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전날 SNS에 “저에 대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대사직) 해임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은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직격했다. 대통령실이 나 전 의원에 대한 ‘내쳐진 윤심’을 재확인한 셈이다.

나 전 의원에 대한 친윤계 융단폭격과 ‘반윤’ 낙인 전략으로 경쟁자인 김 의원 지지율은 연일 상승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이달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여당 지지층 응답자 397명 중 김 의원 지지율은 35.5%를 기록했다. 나 전 의원은 21.6%로 2위에 머물렀다. 안철수 의원 19.9%, 유승민 전 의원 7.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무선 100% 자동응답(ARS) RDD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다. 김 의원은 12월 2주차 시행된 1차 조사에서 지지율 9.8%를 보인 이후 10.3%(12월 4주 차), 15.2%(12월 5주 차), 35.5%(1월 2주 차)로 승기를 다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