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94. 낮춰보지 마라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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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팀장

‘이씨는 “‘성적으로 우리를 판단하지 말라’는 학생들조차도 지방대를 가기 싫어하고 지방대 출신을 낮춰보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나온 ‘낮춰보는’은 잘못이다. ‘낮춰보다’라는 우리말은 없기 때문이다. 표준사전을 보자.

*낮추보다: 남을 업신여기어 자기보다 낮게 보다.(아무리 차림새가 허술하다 해도 외모만으로 사람을 낮추보는 태도는 잘못이다.)

이러니 ‘낮춰보는’은 ‘낮추보는’이라야 했다.(꼭 ‘낮춰보다’를 쓰고 싶다면, ‘낮춰 보다’로 띄어 쓸 것.)

비슷한 말 속에서 옳은 말을 가려 쓰는 건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가능한 일이다. 언어 능력이라는 건 잠깐씩 사전을 찾아보는 일이 쌓이고 쌓여서 커지는 법.

‘교과서는 해당 작품에 대해 “불굴의 의지와 세속에 때 묻지 않는 매화의 정신성을 조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힘찬 필치로 쓴 ‘매’라는 글자와 번짐 효과가 잘 나타나는 파란 점들은 매화나무 가지와 꽃잎을 연상시킨다”고 전하고 있다.’

이 기사에선 ‘필치’가 어울리지 않는 말. 비슷하게 생긴 ‘필체’와 혼동을 한 듯하다. 표준사전을 보자.

*필치(筆致): 글에 나타나는 맛이나 개성.(날카로운 필치./이 작품은 두 남녀의 순수한 사랑을 섬세한 필치로 그렸다./좀 차분한 필치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이동하, 우울한 귀향〉)

*필체(筆體): 글씨를 써 놓은 모양. =서체.(필체가 뛰어나다./알맹이가 빠져나가 버린 빈 봉투였다. 아무렇게나 휘갈겨 쓴 학운의 필체가 거기 있었다.〈이동하, 우울한 귀향〉)

그러고 보면 〈‘정교한 필치·섬세한 문양’ 국보·보물 괘불도 47점 고화질 공개〉라는 기사 제목에 나온 ‘필치’ 역시 그림을 묘사하는 데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배상(賠償): 남의 권리를 침해한 사람이 그 손해를 물어 주는 일.

*보상(補償): 국가 또는 단체가 적법한 행위에 의하여 국민이나 주민에게 가한 재산상의 손실을 갚아 주기 위하여 제공하는 대상(代償).

표준사전에 실린 ‘배상/보상’ 뜻풀이다. 한데, 분명하게 구별되지 않는 설명이어서 성에 차지 않는다. 다행히 표준사전에는 이런 말도 올라 있다.

*국가보상(國家補償): 국가나 공공 단체가 국민에게 준 손해나 손실을 배상하거나 보상하는 일을 통틀어 이르는 말. 위법에 의한 배상과 적법에 의한 보상이 있다.

한마디로 적법행위는 ‘보상’, 위법행위는 ‘배상’해 준다고 생각하면 깔끔하다. 그러니 ‘배상’ 뜻풀이에 ‘위법’이 들어갔더라면 좋았을 듯.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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