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제조업계, 코로나 이전 수준 실적 회복 기대감 ‘꿈틀’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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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상공회의소 보고서 발표

BSI 94로 전국서 가장 높아
직전 분기 78보다 대폭 상승
동남권 조선업계 수주 호황
조선·기자재 낙수효과 예상
기계·장비·조립금속도 호전

부산의 제조업이 악재 속에서도 동남권 조선소의 수주가 이어진 덕분에 1분기 경기전망지수에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대형 선박 진수식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의 제조업이 악재 속에서도 동남권 조선소의 수주가 이어진 덕분에 1분기 경기전망지수에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대형 선박 진수식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의 조선기자재 전문 A업체는 원청사인 조선소의 수주 잔고가 늘어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이다. 조선업 호황의 낙수효과 덕분에 이번 겨울이 끝날 때면 업황도 이전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A사 측은 “요즘 조선소마다 수주 잔량이 2012년 이후 10년 사이 최대치”라며 “이후에도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꾸준한 생산 물량이 실적을 뒷받침해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부산의 제조업이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악재 속에서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소식이 이어지면서 부산과 울산으로 전해진 온기가 조선·기자재와 조립금속 등 업종의 지역 경기를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밀어 올리는 중이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8일 제조업 250개사와 소매유통업 5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1분기 부산 제조업과 소매유통업 경기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부산 제조업의 체감 경기를 가늠할 경기전망지수(BSI)는 94다. 2021년 3분기 이후 6분기 연속 기준치(100)를 밑돈 수치다. 경기전망지수(BSI)는 100을 기준으로 한다. 100 이상이면 경기 호전을,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의미한다. 부산의 제조업 BSI 94는 수치상으로는 올해 초에도 예년 수준의 경기 호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신호는 분명 나오고 있다. 부산의 1분기 전망지수가 직전 분기인 2022년 4분기의 78을 크게 웃돈 것이다. 다른 시·도와 비교해 보면 부산의 희망적인 경기 전망은 더 도드라진다. 부산의 BSI는 전국 1분기 평균인 74를 크게 상회하며 전국 시·도 중 단연 1위다. 울산이 85로 부산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울산과 서울(82), 광주(81) 단 3개 도시가 80을 웃돌았을 뿐 나머지는 모두 80 미만이었다. 상반기 부산 제조업의 체감 경기가 다른 지역보다 훈훈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부산 제조업의 경기 전망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건 조선 관련 비중이 높은 구조적 특징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말부터 HJ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동남권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을 누린 덕에 올해 초부터 조선·기자재를 중심으로 장비·제조, 조립금속 등 관련 업종에 본격적인 낙수효과가 예상된다는 게 부산상의의 설명이다.

조립금속 업체인 B사 관계자는 “조선사와 기자재 제조 업종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이고, 자동차와 부품업계도 반도체 등 수급 이슈가 개선돼 부산 경기가 회복될 요인이 다수 존재한다는 게 업계 관측”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조선과 관련된 부산의 업종 지수를 살펴보면 기계·장비(125), 조선·기자재(116), 조립금속(110) 등 모두 기준치(100)를 크게 상회했다. LNG선 등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신규 수주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또 후판(두께 6㎜ 이상의 철판) 가격 인하 등도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조선 등 전방 산업 수요가 확대되자 기계장비, 조립금속 등 관련 업황까지 훈풍이 이어진다.

자동차·부품 업계의 BSI 역시 93으로 100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호조세인 르노코리아자동차의 수출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 차질 사태의 완화에도 자동차 전용선 품귀와 용선료 등 물류비 급등이 1분기 실적의 변수다.

전망이 가장 어두운 분야는 1차금속(64) 업계다. 철강재 가격 하락세가 지속돼 영업 실적이 악화된 탓이다. 여기에 건설업계 불황까지 겹치며 수요가 급락할 것으로 보여 우울한 전망이 이어졌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산의 제조업계는 여전히 고물가를 위협 요인으로 본다. 조사 기업 중 32.5%가 1분기 경기 위협 요인을 ‘고물가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꼽았다. 다음으로는 내수 침체(23.0%), 고금리(17.2%), 원부자재 수급 불안(10.6%) 등의 순이었다.

부산상의 경제동향분석센터는 “최근의 고금리가 기업과 서민 경제 전반에 막중한 부담이 되고 있다”며 “연초 경기는 한 해 경기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과감한 금리정책과 유동성 투입을 통해 경기 부양을 적극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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