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어반 판타지’ 소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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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숙 소설가 장편 ‘스위핑홀’
체 게바라 등장… 약탈자들 응징

안지숙 소설가. 부산일보DB 안지숙 소설가. 부산일보DB

소설은 참 희한한 물건이다. 그 어떠한 것도 다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지숙 소설가의 장편 <스위핑홀>(걷는사람)은 웹툰 같은 것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도시를 배경으로 한 ‘어반 판타지’란다.

약탈자인 나쁜 놈들이 나오고 그들을 응징하는 단체 ‘디 오더’가 나온다. ‘M시의 디 오더’란 구절에서는 ‘고담시의 배트맨’이 연상되기도 한다. 먼저, 특이한 것은 시공을 가로지면서 1957년의 혁명적 인물 ‘체 게바라’까지 등장한다는 점이다. 나쁜 놈들에 대한 응징, 그것은 혁명적 발상에 뿌리를 둔 것이고, 그 발상의 상징적 인물로 체 게바라를 내세운 것이 작가 의도다.

더 놀라운 것은 소설 제목 ‘스위핑홀’의 발상이다. 나쁜 놈들-약탈자들을 ‘청소하듯이 날려버리는 곳’이 스위핑홀이다. 스위핑홀은 약탈자들의 욕망으로 출렁이는 지옥도, 천국도 아닌, 약탈자들을 날려 보내버리는 가상 공간 같은 곳이다. ‘디 오더’의 활동가(능력자)들이, 소설에서는 장기매매 합법화를 추진하는 국회의원, 제자의 단물을 빼먹다가 나중에는 성추행까지 하는 교수 따위의 나쁜 약탈자들을 날려 보내버리는 곳이 ‘스위핑홀’이다.

낯선 설정 때문에 좀 복잡한 것 같으나, 이야기를 단순하고 명료하게 서술해 나가는 것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작가는 “공정 평등 정의를 외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서 교묘하고 뻔뻔하게 행해지는 온당치 못한 행위를 까발리고 싶었다”는 것이 이 소설을 쓴 이유라고 한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바라며 이 소설을 썼다는 것이다.

작가는 지난해 장편소설 <우주 끝에서 만나>로 요산김정한창작지원금을 수상했는데 잇달아 이번 장편을 출간했다. 이 소설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다.

<스위핑홀> 표지. 걷는사람 제공 <스위핑홀> 표지. 걷는사람 제공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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