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혜택 받는 초고가 법인차… ‘연두색 번호판’ 달면 줄어들까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윤 대통령 공약 6월 도입 공식화
효과 놓고 긍정론·회의론 엇갈려

법인차에 부착될 연두색 번호판. 법인차에 부착될 연두색 번호판.

정부가 오는 6월 법인차 전용번호판의 도입을 공식화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법인차가 탈세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뜻으로 세운 공약이다. 도입만으로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와 실질적인 규제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엇갈리고 있다.

24일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팔린 수입차는 28만 3435대로 전년과 비교해 2.6% 늘었다. 이는 수입차협회가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판매량이다.


이 가운데 차값이 대당 1억 원을 넘어서는 고가 수입차 판매량도 역대 최대다.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팔린 1억 원 이상의 수입차는 7만 1899대로 전년 대비 20%나 늘었다. 이는 지난해 팔린 전체 수입차의 25.09%를 차지한 것으로 4대 중 1대 꼴의 비율이다.

특히 1억 5000만 원을 넘어서는 ‘초고가 럭셔리 수입차’ 10대 중 8대 가량이 법인차로 집계됐다. 법인차의 경우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업무용 차량 경비는 연간 최대 800만 원까지 인정 받을 수 있고, 운행 기록부를 작성하면 최대 1500만 원까지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법인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이용할 경우 업무상 횡령, 배임 등 혐의를 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규제가 허술해 처벌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법인차 전용번호판의 색상은 총 2가지로, 연두색과 옅은 연두색이다. 휴가지 이용이나 개인 용무 사용 시 이 번호판 색깔만으로도 압박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토교통부 고시(자동차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변경으로 이를 곧장 시행할 수 있다. 관련 연구용역을 준비 중인 국토교통부는 올해 이를 주요 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연두색 전용 번호판 시행이 법인차의 사적 운용을 차단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선진국의 경우 법인차 등록과 관련해 높은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법인 차량을 업무 차량으로 보고 출퇴근시 이용하는 경우 사적 사용으로 본다. 싱가포르의 경우 법인차 등록 자체가 어렵다.

이 때문에 단순하게 연두색 번호판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이참에 해외 선진국의 규제를 참고해 법인차 사적 구매나 등록에 대한 규제를 보다 촘촘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