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막은 댄스 강사·격투 벌인 청년… “영웅은 우리 이웃”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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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 숨진 미 몬터레이 파크 권총난사
댄스홀 강사, 총격범에 돌진하다 피격
20대가 맨손 제압해 추가 참사 막아내

이틀 만에 캘리포니아서 또 총기 사건
버섯농장서 7명 사망, 용의자는 붙잡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파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관련 외신은 총격범에게 돌진하다 숨진 댄스홀 운영자 밍 웨이 마 씨와 용의자의 총을 뺏은 청년 브랜던 차이 씨를 조명했다. 2016년 지역 언론이 스타 댄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마(위쪽 사진 속 남성) 씨와 사건에 대해 언론과 인터뷰 중인 차이 씨. 파사데나 스타-뉴스·AP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파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관련 외신은 총격범에게 돌진하다 숨진 댄스홀 운영자 밍 웨이 마 씨와 용의자의 총을 뺏은 청년 브랜던 차이 씨를 조명했다. 2016년 지역 언론이 스타 댄스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마(위쪽 사진 속 남성) 씨와 사건에 대해 언론과 인터뷰 중인 차이 씨. 파사데나 스타-뉴스·AP연합뉴스

지난 21일 음력 설 전야에 미국 캘리포니아 LA카운티의 소도시 몬터레이 파크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busan.com 지난 22일 등 보도)의 희생자와 총격범을 저지한 시민 영웅 모두 선량한 이웃이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몬터레이 파크에서 희생자 11명을 잃은 상처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이틀 만에 또 총기난사로 7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미국의 총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몬터레이 파크 총기난사 관련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용의자 휴 캔 트랜(72)의 총탄에 숨진 11명 중 한 명은 사건이 발생한 댄스 교습소 ‘스타 댄스 스튜디오’의 소유주인 밍 웨이 마 씨다. 마 씨는 이곳에서 댄스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목격자들은 마 씨가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주저함 없이 총격범과 맞서다 살해당했다고 증언했다. 마 씨의 친구인 에릭 첸 씨는 미국 방송 CBS와의 인터뷰에서 “채팅 기록을 보면 그가 가장 먼저 총격범에게 돌진했다”면서 “그는 배려심이 많았고, 타인을 우선에 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첸 씨는 또 "가슴 아프고,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생각조차 못했다"고 털어놨다.

스타 댄스 스튜디오는 최근 수년 동안 지역사회에서 댄스 수업을 제공해 왔다. 2016년 6월 지역 언론 파사데나 스타-뉴스에 따르면 이곳의 많은 댄스 강사와 수강생이 이민자였다. 마 씨는 당시 해당 매체와 인터뷰에서 “몬터레이 파크의 아시안 커뮤니티가 그들의 삶을 연장하고 건강을 개선할 수 있도록 활동적인 장소를 제공하고 싶다”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 춤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갖게 하는 것이 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숨진 여성 마이 느한(65) 씨는 10년 동안 스타 댄스 스튜디오의 단골이었다. 느한 씨의 조카 폰다 콴 씨는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음력 설과 함께 한 해를 산뜻하게 시작할 장소로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댄스홀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느한 씨의 유족은 이 같은 비극 속에서도 그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다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해 약간의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콴 씨는 “사람들이 이모를 알았다면, 그분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함에 감염됐을 것이다”면서 “이모는 사랑받는 자매이자 딸, 친구였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힘을 북돋아주는 치어리더였다”고 회고했다.

스타 댄스 스튜디오에서 11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트랜의 추가 범행을 맨손으로 제압한 시민 영웅도 존재한다. 그 중 한 명은 몬터레이 파크에서 3km 떨어진 알햄브라의 댄스 홀 ‘라이라이 볼룸·스튜디오’에서 트랜의 반자동 권총을 빼앗은 브랜던 차이(26) 씨다. 그의 가족이 해당 댄스 홀을 운영 중이었고, 차이 씨는 매표소에서 일했다. 트랜이 라이라이 볼룸·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였다. 차이 씨는 스튜디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금속 소리가 났다고 증언했다. 차이 씨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때 뒤돌아보니 총을 들고 있는 동양인 남성이 있었다”면서 “처음엔 여기서 죽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차이 씨는 본능적으로 트랜에게 달려들었다. 트랜은 차이 씨의 얼굴과 뒤통수를 때렸지만, 차이 씨는 그를 옆으로 밀어내고 총을 잡았다. 이어 총을 트랜에게 겨눈 뒤 “여기서 나가. 안 나가면 쏘겠다”고 외쳤다. 차이 씨는 “나는 그의 무기를 빼앗고, 무장해제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죽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해프문베이에서 발생한 대량 총기난사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이번 참사로 7명이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해프문베이에서 발생한 대량 총기난사 용의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을 경찰이 연행하고 있다. 이번 참사로 7명이 숨졌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부에서 23일 오후 60대 노동자가 총기를 난사해 모두 7명이 사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48km가량 떨어진 도시 해프문베이 외곽에 있는 버섯농장과 그에 인접한 운송업체에서 연달아 총격이 발생해 모두 7명이 숨졌다. 범행 현장 두 곳은 3km가량 떨어져 있으며, 용의자는 두 장소를 차량으로 이동했다. 희생자들은 중국인 농장 일꾼인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당시 농장 일꾼들은 물론이고 어린이들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용의자는 해프문베이에 거주하는 자오춘리(67)로, 사건이 발생한 지 몇 시간 만에 자신의 차량에서 저항 없이 체포됐다. 경찰은 자오춘리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으며,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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