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K신공항법 질타, 소신 의정 돋보이는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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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신공항이 갑자기 이슈화되고 특별법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가덕신공항 문제는 찬밥 신세가 된 듯한 형국이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TK신공항이 갑자기 이슈화되고 특별법 처리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가덕신공항 문제는 찬밥 신세가 된 듯한 형국이다.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일보DB

대구경북(TK) 신공항 특별법의 2월 국회 처리가 현실화할 기세다. 특별법 통과를 밀어붙이는 TK 정치권의 주도로 27일 열리는 여야 간담회는 사전 조율을 위한 마지막 논의의 장이다. 이번 법안 통과는 TK 의원들이 국민의힘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이 핵심 기반인 호남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움직임까지 겹쳐 전혀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됐다. 법안 처리 속도전 앞에서 부산 지역 의원들 대부분 침묵하는 상황인데 유일하게 최인호 의원만이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야말로 혈혈단신이다. 최 의원은 이번 간담회에도 법안 내용의 보완이나 삭제가 없으면 불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부산 의원들의 외면 속에서도 최 의원의 소신 있는 의정이 돋보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 이번 특별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법안 조항 자체가 너무 많은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단독으로 지정받은 ‘중추공항’을 TK신공항에 적용하려는 것도 그렇고, 항공화물 점유율을 명시해 유사시 인천공항의 대체 공항으로 추진하려는 것도 그렇다. ‘중장거리 운항 및 최대중량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도 과도한 욕심이요 억지라는 주장이다. 인천공항처럼 긴 활주로를 건설하려는 것인데, 공항개발 종합계획 설치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의 태도에는 별다른 저항의 의지가 감지되지 않는다. 〈부산일보〉가 이번 특별법에 대해 입장을 물어본 결과, 18명 중 17명이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지만 말 그대로 응답일 뿐 실천적 의지는 없어 보였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등 중립적 입장도 적지 않았다. 법안의 2월 처리에 대해서도 13명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내용상 모호한 답변이 적지 않았다. TK신공항 이슈에 대한 부산 의원의 분열적 양상을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과거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TK가 똘똘 뭉쳐 반대한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부산 시민의 심정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TK신공항이 갑자기 이슈화되고 짧은 시간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니 가덕신공항이 찬밥 신세가 된 듯한 느낌이다. 물론 가덕신공항 때문에 다른 지역의 건설 사업을 트집 잡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TK신공항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역 갈등 조장이나 지역 이기주의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 법안 자체가 지닌 문제점, 과도한 속도전에 따른 무리수 등 국가 정책 감시 차원에서의 합리적인 비판이다. 부산 의원 중 유일하게 특별법의 허점을 찾아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오고 있는 최 의원의 분투는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다른 의원들의 분발과 동참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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