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락스퍼국제영화제 보조금 잡음… 주관 지자체, 반납 독촉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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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구, 지난해 첫 행사 지원
“사용액 중 1479만 원 부적절”
혼란 불거지며 올해 개최 우려도
조직위 "규모 키워 차질없이 진행"

부산 사하구청 전경. 부산 사하구청 전경.


사하구청이 지난해 7월 열린 ‘부산락스퍼국제영화제’ 주최 측에 보조금 일부를 반납하라고 명령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부산 대표 국제 영화제로 기대를 모으며 지난해 처음 선보인 영화제지만, 첫 개최부터 잡음이 불거지면서 올해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진다.

사하구청은 지난 17일 부산락스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에 구 보조금 1479만 6000원을 반납하라는 내용의 독촉 공문을 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구청은 조직위에 지난 13일까지 보조금을 반납하라고 명령했지만, 조직위 측이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서 독촉 명령이 내려지게 됐다. 구청이 반납을 요구한 보조금에는 조직위 측이 영화제 개최지 인근 숙박업소에서 사용한 돈 200여 만 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사하구청에 따르면 부산락스퍼국제영화제는 조직위가 후원회를 통해 마련한 후원금과 구 보조금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보조금은 영화제 운영과 직결되는 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 비용은 후원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후원금 사용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은 구청에 없다. 구청은 지난해 영화제 조직위에 약 2억 3000만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지난해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다대포 일대에서 인권, 자유, 정의를 주제로 열린 부산락스퍼국제영화제는 서부산에서 열리는 최초의 국제 영화제로 주목받았다. 야외상영에는 관객 4100여 명이, 실내 상영 관객 1200여 명이 몰렸다.

영화제 개최 당일 보조금 지원 여부가 확정되는 등 급하게 지원이 이뤄지면서 보조금 부정 사용과 같은 혼란을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락스퍼영화제는 지난해 7월 28일 오후 7시 개막식을 열었는데, 불과 8시간 전인 같은 날 오전 11시께 영화제에 구비 2억 3000만 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추가경정예산안이 사하구의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것이다.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상임위에서 사업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지만, 예결특위와 본회의를 거치며 예산이 원안 의결됐다.

당시 사하구의회 김민경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본회의에서 “2022년 부산락스퍼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은 예산 편성 및 집행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고 영화제 자체 내용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어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도 “많은 주민들에게 홍보가 된 점과 취소했을 때 발생하는 불편과 피해를 생각하여 예산을 삭감하지 않는 대신 담당부서에서 철저한 예산집행을 통하여 예산낭비가 없도록 하며, 정산과정을 감사실을 통하여 감사를 받은 후 의회에 보고하는 조건으로 원안 의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서부산 첫 국제 영화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같은 혼란이 빚어지면서 올해 2회 개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행사를 주관하는 지자체로 나섰던 사하구청도 올해는 영화제 개최에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올해는 우리가 주관 지자체로 영화제 개최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고, 2회를 추진할 경우 부산시에서 주관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이 영화제가 사하구청 주관 행사라며 시 차원에서 확정된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부산시 측은 “지난해 보조금과 관련해 협조한 내용은 있으나, 시청 담당자가 있어 주관하는 사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직위 측은 보조금 사용 과정에서 일부 혼란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올해는 규모를 키워 영화제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영화제는 약 1년 간 준비가 필요한 행사인데, 구청에서 개최 기간 동안만의 경비만 인정한다고 해서 문제가 불거졌다”며 “혼선이 없도록 준비를 탄탄히 해서 올해도 영화제를 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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