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끄고 패딩으로 버텼다”… 혹한보다 더 매서운 ‘난방비 폭탄’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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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요금 고지서에 ‘화들짝’
설 민심 밥상머리 화제로 올라
2분기 가스요금 추가 인상설도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몰아치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난방비 급등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주택가 외벽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강추위가 몰아치며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난방비 급등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주택가 외벽에 설치된 가스계량기. 연합뉴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전국 아파트 단지마다 급등한 난방 요금을 담은 관리비 고지서를 배포하면서 설 연휴 내내 난방비 폭탄이 ‘핫 이슈’로 부각됐다. 가스요금이 오른 것으로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그동안 체감을 못 하다가 지난해 12월 들어 난방을 하기 시작해 이 요금이 1월 고지서에 반영되자 에너지 요금 인상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설 연휴 마지막 날인 24일부터 전국적으로 올겨울 최강 한파가 닥쳤는데도 난방비 걱정에 보일러를 마음껏 틀지 못하고 실내에서 패딩으로 버텼다는 하소연도 쏟아졌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따르면 1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 보고 엄청나게 늘어난 난방비에 깜짝 놀랐다는 글이 잇따랐다. “가스요금 오른 것이 남의 얘기인 줄 알았는데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는 목소리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세대 난방비 외에도 공동난방비, 공동전기요금도 같이 오르면서 전체 부과금액이 더 늘어났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32평 아파트인데 난방비를 아끼기 위해 실내온도를 23도로 맞춰 놓고 생활했는데도 지역난방 요금이 19만 원이나 나왔다”며 “여태 이처럼 많이 나온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은 “지난해엔 난방비만 11만 원 정도였는데 이번에 12월분 난방비가 21만 원이 나왔다. 이 동네 아파트단지마다 고지서 받고 다들 난리났다”고 말했다.

특히 아기가 있는 집은 난방온도를 높일 수밖에 없어 더 힘든 상황이다. 한 네티즌은 “신생아가 있어 24시간 난방을 틀어 놓긴 하지만 지난달보다 25만 원 더 나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난방과 온수 요금이 분리돼 부과되는 곳도 많은데 온수 요금 역시 똑같이 올라 온수도 제대로 못 쓰겠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직장인 조모 씨는 “설 연휴 기간 친인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난방 요금이 단연 화두였다”며 “난방비로 가정마다 난리가 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산 강서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 모(47) 씨는 “이번 주는 부산도 영하권으로 뚝 떨어져 내내 춥다고 하는데 연로하신 어머니가 있어 난방을 안 틀 수도 없고 틀려고 하니 비싼 요금이 걱정된다”며 “식품이나 외식 물가만 오른 게 아니라 공공요금도 이처럼 크게 올라 인플레이션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난방비는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으로 나뉜다. 중앙난방이나 개별난방은 도시가스를 쓰기 때문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 요금을 책정하고 각 시·도가 공급 비용을 고려해 소매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요금은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해 조정한다. 지역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Mcal(메가칼로리)당 열 사용요금이 2022년 4월 66.98원에서 7월 74.49원, 10월 89.88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인상된 요금에 대해 체감을 하지 못하다가 12월 들어 난방을 틀기 시작하면서 이 요금이 1월 관리비 고지서에 부과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 동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도시가스요금은 1년 전에 비해 36.2%, 지역난방비는 34.0%가 올랐다. 전기요금 인상률(18.6%)을 뛰어넘는다.

난방비가 급등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에너지 공급 부족에다 코로나 사태 이후 수요 폭증 등의 이유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는 한국가스공사 누적손실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2분기부터 가스요금 인상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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