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에서 피 나는데, 치질이라고만 생각하고 방치하면 위험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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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큐 전문의를 만나다] 상쾌한병원
대장암, 직장암, 궤양성 대장염 가능성 있어
출혈 있다면 반드시 병원 찾아 원인 밝혀야

최정석 상쾌한병원 원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상쾌한병원 제공 최정석 상쾌한병원 원장이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상쾌한병원 제공

날씨가 추워지면서 항문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치질 수술 월별 통계를 보면 겨울철에 치질 환자가 가장 많다. 겨울에 치질이 급증하는 이유는 추위 때문에 항문 주위 모세혈관이 수축하면서 항문혈관의 혈액순환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치질은 최근 우리나라 국민이 많이 수술받는 질환 중 하나이며, 성인의 50%가량은 치질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치질은 치핵, 치열, 치루, 항문농양, 항문소양증 등 항문에 생기는 질환을 총칭해 말한다. 그중 치핵은 항문 내 혈관과 점막이 늘어나 생기는 질환으로 치질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출혈과 통증이다. 치질 외에도 출혈과 통증을 일으키는 다양한 대장항문 질환이 있기 때문에 치질로만 생각하면 대장암, 직장암, 항문암,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심각한 질환의 조기 진단 시기를 놓쳐 위험할 수 있다.

최정석 상쾌한병원 원장은 “항문 출혈의 95% 이상은 치질이 원인이다”며 “하지만 드물게 다른 대장항문 질환에서도 출혈이나 혈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출혈이 있다면 반드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문 출혈이 생기는 질환 중 내치핵(암치질)은 항문 내 치상선 위쪽에 생긴 치핵을 말하며 항문 출혈 원인 중 가장 많다. 통증이 없고 선홍색 출혈이 발생한다. 치열은 항문 점막이 찢어진 상태로, 배변 후 항문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과 출혈이 있다. 혈전성 외치핵(수치질)은 항문 바깥 부위에 덩어리 형태로 생긴 치핵으로, 보통 출혈은 없고 통증만 있지만 파열된 경우에는 검붉은 핏덩어리 모양의 출혈이 생긴다.

대변 주위에 피가 묻어 있거나 대변과 함께 피와 점액이 섞여 있는 경우는 대장암·직장암·항문암을 의심할 수 있다. 암이 커지면서 암의 표면이 헐어 피가 묻어나고 때로는 치질처럼 출혈이 많을 수 있다. 대장용종과 항문용종은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커지면서 출혈이 있을 수 있다. 배변 시 피가 섞여 나오고 잦은 설사와 복통, 빈혈, 체중 감소 등이 있다면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할 수 있다. 대장 전체로 염증과 궤양이 진행돼 암으로 변하거나 염증이 심할 경우 대장 전체를 절제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항문은 감각 신경이 풍부하게 분포돼 있어 질환이 생기면 불편함이 크다. 치핵(치질), 치열, 항문농양, 항문거근증후군, 항문 직장암 등은 통증이 있다는 점은 같지만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치열은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는 통증이 있으며, 항문농양은 항문 주위가 벌겋게 퉁퉁 부으며 아프다. 내치핵은 초기엔 출혈만 생기지만 항문 밖으로 빠지면 통증이 발생한다. 외치핵은 피로, 스트레스, 음주, 수면 부족 등에 의해 항문 밖으로 콩알처럼 단단하게 부은 덩어리 모양의 혈전성 외치핵이 발생하면 통증이 심해진다.

항문거근증후군은 항문괄약근 상부에서 항문을 싸고 있는 항문거근이라는 근육에 경련이 발생해 생기는 질환으로 쥐가 나는 듯한 심한 통증이 있다. 항문과 직장에 암이 생기는 경우에는 출혈, 변비가 많이 발생하나 통증이 심할 수도 있다. 특히 항문 가까이 생긴 암은 지속적으로 묵직한 통증을 유발한다.

최정석 원장은 “항문 출혈과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며 다른 질환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치질로 속단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밝힌 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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