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203. 송성진 ‘도시의 온도-캄보디아 화이트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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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진(1974~)은 부산 출신 작가로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부산·대구·서울 등에서 열세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2013년 부산시립미술관 기획 ‘파사드 부산’전, 2015년 인도네시아 에드윈스 갤러리 ‘City, Remembrance and Reimagining’,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 ‘광장’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송 작가는 2011년 부산청년작가상(공간화랑)을 비롯해 2012년 하정웅 청년작가상(광주시립미술관), 2013년 올해의 작가상(부산미술협회) 등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송성진은 주로 ‘도시의 생성과 소멸’ ‘주거와 이주’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작가는 현대 도시의 욕망을 고발하고 대안적 도시 공동체의 삶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들을 발표해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작가의 초기작이자 대표작인 ‘용호농장’ 시리즈는 현대 도시 건설을 위해 사회공동체에서 격리된 나병 환자들의 삶터였던 부산 용호농장의 하루를 파노라마적 시선으로 담아 도시가 가진 욕망을 고발했다.

2016년에는 시리아 난민들이 보드에 의지하며 힘겹게 매달려 국경을 넘는 모습을 모티브로 한 ‘포스쳐: 행 온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지구 건너편 난민의 힘겹고 불안한 앞날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또한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방문을 계기로 제작한 작품 ‘1평조차’는 외부적 권위와 힘에 밀려나는 공간과 사람들의 상황을 상징한다. 1평(3.3㎡) 남짓한 집을 제작하여 ‘평(坪)’이라는 면적 단위를 기호이자 재료로 삼았다. 이를 통해 ‘이 집은 어디로 가야하는가’ ‘이 집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딘가’라는 막막한 질문을 던지고, 이주민들의 불안한 삶과 공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시의 온도-캄보디아 화이트빌딩’은 거주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도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발 논리에 밀려 ‘소실(현재 소실) 위기에 처한 화이트 빌딩’을 촬영했다. 캄보디아의 화이트 빌딩은 건축가 반 몰리반(1926~2017)의 대표작이다.

한때 수도 프놈펜의 도시화와 근대화를 상징하던 장소였으나, 캄보디아의 급진적 좌익 무장단체 크메르루주의 우민화 정책으로 인해 입주자들이 쫒겨나거나 처형되는 등의 이유로 슬럼화되었다. 이후 저소득층 사람들이 거주하거나 예술가들이 거주하면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됐다. 또 예술가들의 교육활동, 예술활동을 통해 캄보디아 현대미술의 시발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송 작가는 화이트 빌딩에서의 레지던시 경험을 통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삶의 에너지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업은 쓰러져 가는 건물들을 촬영하고, 낮의 이미지를 밤의 장면으로 변환시키는 디지털 과정을 거친다. 낮에 속속들이 드러내는 현실의 규칙을 은폐시키고, 밤 세계의 이상적인 가능성과 사람들의 에너지를 온도라는 이름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박효원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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