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리원전 핵폐기장화, 부산 국회의원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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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고준위법 2월 내 처리 속도전
 주민 고통 외면 부산 의원들에 분통

26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등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등에 대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고리원전 등 기존 원전 내 핵폐기물 저장시설 설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위원회는 26일 공청회를 열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법(고준위법) 논의를 본격화했다. 기존 원전 부지 내에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여야는 지난 연말 상정된 고준위법에 대해 의견 수렴을 거쳐 2월 내 국회를 통과시킨다는 목표다. 원전 밀집 지역인 부울경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구처분장에 대한 근본적 대책 없이 기존 원전을 핵폐기장화 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여론을 대변해야 할 부산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


국회에서 고준위법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도 부울경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이 침묵하고 있다. 기장을 지역구로 둔 정동만 의원과 부산 출신 황보승희(중·영도) 의원이 원전 내 고준위핵폐기물 임시저장을 금지하는 내용과 사용후핵연료를 원전이 없는 지역에 인구수 비례로 나눠 보관하는 내용의 방사성폐기물법 일부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것이 반대 움직임의 전부다. 대부분의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육성 기조에 눈치 보며 숨죽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생명이 걸린 현안에 침묵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도 다하지 않는 직무유기라는 비판이다.

원전 핵폐기장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수원은 ‘임시 시설’ 또는 ‘한시적 저장’이라 주장하지만 40년 동안 영구처분장은 고사하고 중간처분장 부지 선정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수원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임시 시설은 사실상 방폐장이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포화 문제는 정부가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문제지 지역 주민들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부산의 84개 시민사회단체가 26일 ‘고리 2호기 수명 연장·핵폐기장 반대 범시민운동본부’를 구성하고 반대 운동에 돌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역 주민들은 원전 수명연장에다 핵폐기장화까지 원전 지역의 고통만 가중시키는 방식의 새 정부의 원전 정책을 용납할 수 없다며 반발한다. 경주에 저준위핵폐기장을 짓는다고 한수원 본사까지 이전하며 주민들을 설득했던 정부가 원전 핵폐기장화는 아무런 대가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게 지역 국회의원들의 존재감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 더 분통 터지는 일이다. 부산 국회의원들은 TK신공항에 침묵하더니 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핵폐기장 문제조차 외면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국회의원들이 왜 필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만 기다려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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