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초음속 여객기의 부활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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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전신인 미국항공자문위(NACA)가 1947년 ‘벨 X-1’이라는 항공기를 초속 360m로 비행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류 최초의 초음속 비행이었다. 바통을 영국 정부가 이어받았다. 1954년 초음속 여객기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를 끌어들여 1976년 마침내 ‘콩코드’라는 이름으로 상업 운항에 돌입했다.

콩코드는 경이로웠다. 음속의 2배로 날았다. 일반 여객기로 7시간 걸리는 파리-뉴욕 구간을 3시간 만에 주파했다. 당시 홍보 슬로건이 ‘떠나기 전에 도착하라’였다. 지구 자전 속도보다 빨라, 해가 져 깜깜할 때 파리에서 출발했는데 뉴욕에 도착하니 아직 저녁노을이 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콩코드는 단명했다. 2003년 폐기됐다. 연비와 소음이 문제였다. 초음속의 비행에는 부작용이 잇따랐다. 엄청난 연료가 필요했고, 소닉붐(sonic boom) 현상에 따른 굉음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기체 손상도 심해 유지·보수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콩코드의 실패 이후 초음속 여객기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듯했다.

아니었다. 근래 다시 초음속 여객기 개발 열기가 뜨겁다. NASA는 지금 ‘퀘스트(QueSST) 미션’을 수행 중이다. ‘QueSST’는 ‘조용한 초음속 기술’(Quiet SuperSonic Technology)을 줄인 말. 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인 여객기를 내년 초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의 벤처기업 붐테크놀로지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 중인데, 일본항공이 벌써 20대를 선주문해 놓은 상태다. 미국의 또 다른 기업 에어리언슈퍼소닉도 2026년 초음속 여객기 사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0년 전 콩코드의 한계를 넘어설까. 엔진이나 기체 소재 등 기술적 부분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된다. 차별과 소외의 문제다. 과거 콩코드 탑승권은 일반 여객기의 최고가인 일등석보다 훨씬 비쌌다. 초간단 입국 심사를 위한 전용 게이트는 물론 공항에서 목적지까지 헬리콥터 서비스도 제공됐다. ‘콩코드’(Concorde·화합)라는 말이 무색하게 차별적이었다. 새로 개발되는 초음속 여객기라고 해서 다르지는 않을 테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환경에 해를 끼치는 엄청난 양의 탄소 배출이다. 극소수 부유층의 욕망을 채워 주는 대가를 대다수 가난한 사람들이 치러야 할 판이다. 초음속 여객기의 부활이 반갑기보다 씁쓸한 이유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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