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철강회사가 패션사업까지? 이유 있는 안전 작업복 브랜드 출시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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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스틸 인수합병한 대한제강
조직 화합·중대재해 예방 위해
작심하고 방염복·안전화 개발
호평 힘입어 ‘아커드’ 브랜드로

25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YK스틸 본사 1층에 있는 PPE(개인 안전 보호 장비) 브랜드 ‘아커드’ 쇼룸에서 직원이 ‘아커드’ 작업복을 입고 있다. 25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YK스틸 본사 1층에 있는 PPE(개인 안전 보호 장비) 브랜드 ‘아커드’ 쇼룸에서 직원이 ‘아커드’ 작업복을 입고 있다.

부산의 철강회사가 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안전복 브랜드를 출시해 화제다.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 재해 사고를 예방하고 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해서다. 대한제강과 YK스틸은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안전 작업복 브랜드 ‘아커드’를 세상에 내놨다.

26일 대한제강과 YK스틸에 따르면 시작은 202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대한제강이 YK스틸을 인수 합병한 이후, ‘안전’과 ‘조직 화합’이 화두로 떠올랐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었다. YK스틸 PPE 사업팀 홍정봉 차장은 “안전과 ESG 관점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던 중 안전복을 직접 제작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처음에는 태스크포스(TF)로 출발했다가 나중에는 정식 팀으로 꾸려졌다”고 설명했다.

YK스틸에서 1명, 대한제강에서 1명이 모여 PPE(개인 보호 장비)팀을 꾸렸다. 1년 동안 유럽을 비롯한 해외의 안전박람회를 찾아 안전복과 안전화를 살펴보기도 하고, 작업복 소재, 디자인 고민도 계속했다.

기존에는 직원들이 면 소재 옷에 방염 코팅을 한 3만~5만 원대 기성 방염복을 입었다. 1800도 고온에서 쇳물을 녹이는 제강 작업이 필수적인 만큼 방염복의 내구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존 작업복은 여러 번 세탁하면 방염코팅이 떨어져 나가고 크기도 줄어들어서 한두 달 만에 교체해야 했다. 안전화 역시 무겁고 불편한 4만~5만 원대 저렴한 제품을 사용하다가 낡으면 버리는 식이었다.

대한제강 PPE사업팀 박상목 팀장은 “처음부터 비용에 상관없이 안전에 최적화된 작업복을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올라가는 결정이지만 안전을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작업복인 만큼 처음에는 제품에 대한제강 로고를 넣었다. 보통 비용 문제로 작업복에 잘 쓰지 않는 방염에 최적화된 아라미드 섬유를 사용하고, 전문 디자이너와 협업한 덕에 괜찮은 결과물이 나왔다. 결국 회사명 대신 ‘안전에 대한 신념을 따르겠다’는 의미를 담아 ‘아커드’라는 브랜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팀이 생긴 지 딱 1년 만에 만든 작업복 ‘아커드’를 대한제강과 YK스틸 직원 800여 명에게 3벌씩 지급했다. 개발 과정에서 직원 의견을 수렴해 주머니를 더하거나 위치를 정하고, 색깔과 디자인까지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이었다.

직원의 뜻을 반영해 옷 크기도 다양화했다. 재킷은 85~135치수까지, 바지는 26~44인치까지 준비했다. 신발 역시 235~310mm까지 출시했다. 방염복 상·하의의 소비자 가격은 45만 원대, 안전화는 10만~13만 원대의 고가지만 과감히 안전에 투자한 셈이다.

YK스틸 부산공장에서 설비 관리 업무를 맡은 강성준(33) 대리는 “현장에서 열이랑 분진에 많이 노출되는데 두 달 정도 입어 보니 만족스럽다”며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입을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하고 디자인도 좋아서 그대로 입고 퇴근하기도 한다. 캠핑을 다녀왔다는 동료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입던 작업복은 업사이클링(재활용) 전문 회사와 협업해 가방으로 재탄생시켰다. 현재 부산 사하구 구평동 YK스틸 본사 공장에 ‘아커드’ 쇼룸을 꾸미고 실제 사용하는 작업복과 업사이클링 가방을 전시하고 있다. 업계에 알음알음 소문이 나서 ‘아커드’를 구매하고 싶다는 기업 단위의 연락이나 개별 소비자 구매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박 팀장은 “‘아커드’가 산업 전반에서 기존 작업복이나 개인 보호 장비를 바라보는 눈높이를 올릴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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