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은 노동자는 없다 처벌 받은 기업주도 없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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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전국 일터서 지난해 644명 숨져
전년보다 사망자 39명 줄었지만
법 적용 사업장선 되레 8명 늘어
적용 대상 229건 중 기소 11건
실효성·처벌 강화 두고 노사 이견
안전관리 인력 수요 증가 고무적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안전 위기에 대한 산재·재난 유가족 및 피해자,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4·16연대 강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및 생명·안전 위기에 대한 산재·재난 유가족 및 피해자, 종교·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법안에 대한 노사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실효성이 없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경영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법 집행으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작년 부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8건

26일 고용노동부의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644명(611건)으로 전년보다 39명이 줄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341명 △제조업 171명 순이어서 건설업계의 사망자가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사업장 규모로 나눠 살펴보면 중대재해법이 아직 적용되지 않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사망자 수가 줄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보다 8명 늘었다. 반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지난해 사망자는 388명(381건)으로 전년보다 47명 줄었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법 위반으로 발생해 조사가 필요한 사망사고다.

부산의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지난해 30명(29건)으로 전년도보다 5명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사 대상이 된 경우는 모두 8건, 사망자도 8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종 유형별로 보면 △건설업 6명 △제조업 1명 △기타 1명이었다. 추락사가 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건설업 분야에서 발생한 2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경영계와 노동계 극명한 입장차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서 혼선만 초래한다며, 원청의 책임 범위 명확화, 50명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시기 추가 유예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수사기관이 경영책임자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사건은 11건이었고, 기소까지 기간은 평균 237일로 나타났다. 경영책임자 대상과 의무, 원청의 책임 범위 등 법률의 불명확성으로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려워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경총은 보고 있다. 또 기소된 11건은 중견기업 한 건을 빼면 재정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과 중소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반면 노동계는 경영계의 이 같은 입장이 법안을 무력화하려는 ‘회피성 변명’에 그친다고 비판한다. 민주노총·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229건 가운데 달랑 11건만 기소한 검찰, 노동자 죽음에 반성하기는커녕 법의 개악만 주장하는 경영계, 노골적인 친기업 정책을 펴는 윤석열 정부에 비통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현재까지 처벌받은 기업주는 없다. 중소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세우기 위한 실질적 지원대책을 강화하고, 신속한 법 집행을 통해 경영책임자를 엄정처벌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실질 효과를 발휘하도록 즉각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노동 현장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노동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안전관리 상황을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에서 나아가 제대로 된 법 집행으로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울경지역본부 이기윤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이 안전관리 인력을 늘리거나 체계 구축 등 기본적인 안전 틀을 잡는 모습을 보였다”며 “다만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시설 개선이나 안전 조치 마련 등 노동 환경 개선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단순히 주의를 일깨우는 것에 그치고 있다. 법안 취지에 맞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제도가 시행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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