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강 한파 거리로 노인 내쫓은 부산역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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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본분 잊은 행동 시민 공분
철저한 진상 조사 후 일벌백계해야

부산 동부경찰서 산하 한 지구대에서 한밤 추위를 피해 찾아온 할머니를 쫓아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은 동부경찰서. 부산 동부경찰서 산하 한 지구대에서 한밤 추위를 피해 찾아온 할머니를 쫓아내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은 동부경찰서.

부산의 한 경찰 지구대에서 한밤 막차를 놓치고 추위를 피해 찾아온 70대 할머니를 내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달 14일 자정 무렵 부산 동부경찰서 소속 한 지구대에서 70대 여성 A 씨가 직원들에 의해 문밖으로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A 씨는 부산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귀가하는 막차를 놓친 뒤 갈 곳이 없고 날씨가 추워지자 인근 지구대를 찾았다. 경찰은 A 씨를 밖으로 끌어낸 후 지구대 문을 잠그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구대에서 쫓겨난 A 씨는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3km 정도 떨어진 서부경찰서 민원실로 가서 다음날 오전까지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A 씨가 이후 해당 지구대 직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냈고 경찰이 진상 파악에 들어가면서 알려졌다. 시민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따뜻한 곳서 근무하면서 이건 아니지 않나”라며 경찰을 향해 항의를 쏟아 냈다. 해당 CCTV 영상이 온라인상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어진 파출소에서 뭐하는 짓이냐” “눈물이 난다” 등 경찰을 질타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지구대 측은 112 출동이 많고 A 씨가 직원들에게 계속 시비를 걸어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영하의 날씨에 오갈 데 없어 지구대를 찾은 할머니를 밖으로 내쫓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28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관할 지구대에서 한밤 추위를 피해 찾아온 할머니를 쫓아낸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28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관할 지구대에서 한밤 추위를 피해 찾아온 할머니를 쫓아낸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동부경찰서는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결국 사과문을 냈다. 28일 경찰서 홈페이지에 “관내 지구대를 방문한 민원인을 지구대 밖으로 퇴거시킨 일에 대해 민원인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 드린 점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말로만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정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CCTV 속 음성은 녹음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영상으로 보면 할머지는 지구대에 머무는 동안 물을 마시러 잠시 일어난 일 외에 별다른 행동이 없고 지구대도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다. 한 점 의혹 없이 당시 상황을 밝히고 문제가 확인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공공기관의 대시민 서비스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국민들의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기본 중에 기본 임무다. 치안의 최일선 현장에 있는 지구대에서 추위에 갈 곳 없는 할머니를 보호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는가. 좁게 보면 부산 경찰의 수치이기도 하다. 부산역 하면 부산의 관문 아닌가. 이는 일선 치안 현장에서 불철주야 고생하는 동료 경찰관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래서야 어떻게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믿고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는가. 철저한 진상 조사와 일벌백계만이 실추된 부산 경찰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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